요새 수요-공급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했는데 마침 벤틀리 대학의 스캇 썸너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에 대해 쓴 글이 있어서 소개. 쉽게 쓴 글이지만 그래도 수요-공급 곡선이 뭔지 정도는 알아야 이해 가능한 수준. 원문은 Why is supply and demand so confusing? 이하는 원저자 동의 없이 번역. -_-a
수요-공급은 왜 이리 헷갈릴까?
뭐, 남들은 별로 안 헷갈려할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한텐 헷갈린다. 몇년전 Bentley의 학력고사(? placement exam)에 "함정이 있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이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그 문제의 문제는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차의 수요에 무슨일이 생기겠냐는 거였다. 물론 여기서 커피와 차는 상호 대체 가능한 품목이다.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면 커피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할 거고, 그러면 당연히 차의 수요는... 흠,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그로부터 몇년 후, 만큐(역자주: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만큐의 블로그)의 미시경제학 교과서 4장의 도입부에 이런 설명을 발겨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만큐의 요거트 예에서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의 법칙에 따라 사람들이 요거트 판매(생산)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논리적"으로 따졌을 때 어떤 상품의 판매량과 구매량은 같아야 한다면,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잖아.
4장의 "Problems and Applications"로 가면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12번 문제를 보자:
이 내용은 전부 제3판에 있던 이야기다. 그런데 4판에서는, 스탈린 시대의 단체 사진에서 얼굴을 지운 것처럼, 12번 문제는 불가사의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다른 문제들은 전부 그대로였는데 말이다. 나는 만큐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제가 왜 없어졌냐고 이메일로 문의를 했고, 그는 교재를 사용하는 교수들의 피드백을 받고 그에 따라 개정판을 내놓는다고 알려줬다.
요거트 이야기는 4판에도 그대로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교수들이 요거트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든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12번 문제에서처럼 수요-공급을 정확하게 다루는 건 "매우 헷갈린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소수자 중 하나라는 걸 눈치채기 시작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가격 변화에 따른 논리 전개"를 좋아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이율이 떨어지면, 투자가 ....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2. 유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 할 것이다.
3.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수출/경상수지는 .... 될 것이다.
이 문제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올해 이율은 굉장히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투자 역시 곤두박질쳤다. 그렇다면 낮은 이율은 투자 감소를 낳는다는 이야기군. 올해 유가도 바닥을 쳤고, 기름 소비량도 줄었다. 그렇다면 기름값이 떨어지면, 기름 소비가 떨어진다는 거고... 자, 이쯤에서 사람들은 뭔가 못마땅해하면서 "이봐, 다른 변수들을 고정시켜 놓지 않았잖아. 뭔가 다른 요인이 있는 거라고"라고 할 거다.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물론 다른 뭔가가 변했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가격/이율/환율이 변할 리가 없잖아! 방금 든 예시들에 "함정" 따위는 없다. 이들은 전부 수요-공급 법칙의 기본이다. 수요-공급 곡선을 그려보자. 그리고 공급 곡선을 왼쪽으로 밀어보자. 가격이 낮을 때 소비도 낮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럼 우리는 가격에 대해 뭘 알고 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공급 증가로 인해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수요)가 증가하고, 수요가 떨어져서 가격이 떨어졌다면, (당연히) 소비는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바꿔말하면, 가격(혹은 이율이나 환율) 변동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소비가 증가할 확률이 50%, 감소할 확률도 50%임을 알 수 있다. 뭐, 여기까지만 알아도 진전이라면 진전이 있군.
최근에 작금의 낮은 유가는 소비자로 하여금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 것이므로 "좋지 않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것도 꽤나 흥미로운 시각이란 말이지. 왜냐하면 내 생각엔 작금의 낮은 유가는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는 걸 반영한 결과기 때문에 좋지 않거든. 사람들이 왜 갑자기 에너지 "절약"을 하냐고? 다들 실직했거든.
간혹 2003년에 Fed(연방준비은행)가 이율을 1%까지 낮추는 바람에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며, Fed가 큰 실수를 한 거라는 이야기를 접하곤 한다. 나는 2003년에 이율이 낮았던 건 투자가 낮아서 그랬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환율 문제에 있어서는 정말 모든 걸 꿰뚫었다는 듯이 말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개방 거시 경제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만, 사람들이 달러화 가치 추락의 의미를 이야기할 때면, 사람들이 무슨 이야길 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달러가치가 애초에 왜 떨어졌는데? 조금 더 안다는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갑자기 달러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자, 그럼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있겠군. 그런데 외국인들이 왜 달러를 원하지 않지? 더 이상 미국을 상대로 경상수지흑자를 내고 싶지 않단 이야긴가? 그렇다면 그건 왜지? 저금을 조금 덜 하고, 투자를 더 많이 하려고? 그들이 무역수지 균형을 잡고 싶어한다면 우리한텐 어떤 영향이 있는 거지? 결국 우리 무역적자가 없어질 거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닌가? 그러면 그게 미국 경제엔 어떤 영향이 있다는 거지? 수출 증가? 아니면 수입 감소?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Fed에선 NGDP1를 타겟삼아 통화정책을 펼친다고 해보자? 근데 그 다음엔? 자, 54년간 온갖 예측들이 빗나가는 걸 관찰하면서 이끌어낸, 썸너 규칙을 보자:
사람들이 수차례의 경기순환 동안 어떤 경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때, 그 경향은 이미 지속가능하단 거다. 그게 아니라면, 그 경향이 뒤집히기 전에 우리는 죽고 없겠지. 언젠가는 뒤집힐 수 있겠지만, 그게 뒤집히는 걸 볼만큼 오래 살 게 아니라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향이란 게 뭘 말하는 거냐고? 아시아 국가들이 호주나 미국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 거? GDP 대비 의료비가 계속 증가하는 거? 이것과 관련해서는 "비의료비용"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 더 쉬울 거다. 500년마다 GDP 대비 의료비용이 절반씩 떨어진다고 생각해보자. 그래도 RGDP2가 양호한 수준으로만 계속 증가한다면 비의료비용에 지출할 수 있는 총액은 계속 증가할 거다.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고? 나라면 거기에 돈은 안 걸 거다.
경제학 강의를 위한 지침들
우리가 수요-공급에 대해 가르칠 때 학생들이 아무것도 배우는 게 없을 수도 있을까? 내가 보기에 (가격통제나 세금 따위에 응용하기에 앞서서) 수요-공급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두가지만 배우면 될 것 같다:
1. 수요나 공급 변화의 효과.
2. 가격과 물량 변화로부터 추론하기.
나는 평균보다 훨씬 나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내가 그동안 깨달은 건 다음과 같다. EC101(역자주: 경제학의 가장 기초과목, 경제학개론쯤 되려나?)을 수강하는 거의 모든 학생들은 수요나 공급에 충격이 왔을 때 그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플로리다의 오렌지 농장에 서리가 내린다면, 오렌지 가격이 어떻게 될지 다들 잘 알고 있다. 중국에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사기 시작하면 유가가 어떻게 될지도 다들 안다.
내가 깨달은 다른 한가지는, 가격과 물량의 상관관계를 해석할 줄 아는 학생은 거의 없다는 거다. 더더욱 문제는, 학기가 끝났을 때에도 여전히 모른다는 거다. 나는 간혹 조금 더 상급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나 MBA 학생들에게 다음 문제를 물어보곤 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화가격이 $6일 때 평균적으로 100명의 사람들이 영화를 본다고 하고, $9일 때는 300명의 사람들이 영화를 본다고 한다. 이는 수요 공급의 법칙에 위배되는가?
정말 정말 극소수의 학생들만 이 문제의 답을 안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대부분 이 문제에 '함정'이 있다고들 생각한다는 거다. 사실 이보다 더 단순한 문제는 없는데 말이다. 수요-공급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는 영화에 대한 수요가 변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는 질문에 불과하다. 내 생각에 수요-공급의 법칙에 대해서 이보다 더 단순하고 직설적인 문제는 없는데 말이다. 저녁 시간에는 영화에 대한 수요가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가격이 오른다. 공급량이 이에 반응한다. 뭐가 그렇게 어렵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문제를 틀린다. 학생들은 수요-공급에 대해 알아야 할 두가지 중 한가지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EC101을 수강하러 오고, 두가지 중 한가지를 안 채로 떠난다. "공급을 변화시키는 5가지 요인"이나 "수요를 변화시키는 5가지 요인" 따위를 아무생각없이 외우게 하는 것보다, 경제학이 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경제학자들을 identification problem3을 해결하는 탐정으로 묘사하는, Freakonomics(역자주: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과 저널리스트 스티븐 더브너가 뉴욕 타임즈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같은 글/책들을 읽으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경제학을 가르치는 다른 사람들이 이글을 본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정말이지 우리가 플로리다 오렌지 농장에 서리가 내리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수요와 공급은 부록에 넣고, 필요하면 공부하라고 하는 대신에, 4장을 통째로 identification problem으로 채우는 거다. 정말 전문적인 내용들은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나중에 더 배울 수 있게 하면 된다. 어쩌면 identification problem도 너무 어려울 수 있으니, 수요-공급은 그냥 재낄 수도 있다. 기회 비용, 인센티브, 한계 분석 등만 가르치는 거다.
어떤 제안도 좋다. 가끔 신문, 심지어는 엘리트 신문이라는 뉴욕 타임즈, 파이낸셜 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신문을 읽을 때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든다. 신문의 경제면 기사들과 경제학은 점성학(astrology)과 천문학(astronomy)의 관계쯤 되는 것 같다. 가격/이율/환율이 내포하는 의미에 대한 논의는 건 토성이 물병자리의 별 중 하나라는 게 무슨 의민지 논하는 것만큼이나 쓸모없는 이야기다.
PS. 그렉 만큐가 이 글을 읽는다면 말이지: 이 책을 예로 들었다는 건, 이 책이 가장 좋은 미시경제학 교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PPS. 타일러 코웬(역자주: 조지 메이슨 대학의 경제학자, 코웬과 알렉스 타바락의 블로그)가 이 글을 읽는다면 말이지: 요 위의 PS는 무시하시구랴. 아직 선생(이랑 알렉스가 공저한) 책은 내가 못봤거덩.
역자주:
1NGDP, 2RGDP: 여기서 길게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nominal gross domestic product와 real gross domestic product의 약자. 전자는 GDP 측정 당시의 통화단위와 가치를 그냥 사용한 것이고, 후자는 이를 인플레이션에 대해 보정한 것. 보통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이 위험하지 않은 수준(0-3% 정도)으로 묶는 걸 목표로 펼치는데, NGDP 성장률을 목표로 잡아서 펼칠 수도 있음. 이 차이가 뭐냐고? 거시경제학은 경제학자들 중에서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니, 내가 여기서 간단하게 설명할 내공은 절대 안 되므로 일단은 패스.
3Identification problem: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수요-공급 이론에 따르면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상품의 거래량과 가격이 결정된다. 이 이론은 참 그럴 듯한데, 실제 세계에서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는 모른다는 거다. 왜냐하면 가격이 아닌 다른 다양한 변수에 의해 어떤 상품의 수요나 공급은 수시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측 가능한 지표는 어떤 상품의 가격과 거래량인데, 이를 통해서 실제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을 역으로 추적하는 일은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다. 이런 류의 문제를 (parameter) identification problem이라고 한다. 이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에 수요-공급 곡선에 대해 이야기할 테니, 그때 조금 더 자세히 자루도록 하자.
수요-공급은 왜 이리 헷갈릴까?
뭐, 남들은 별로 안 헷갈려할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한텐 헷갈린다. 몇년전 Bentley의 학력고사(? placement exam)에 "함정이 있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이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그 문제의 문제는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차의 수요에 무슨일이 생기겠냐는 거였다. 물론 여기서 커피와 차는 상호 대체 가능한 품목이다.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면 커피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할 거고, 그러면 당연히 차의 수요는... 흠,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그로부터 몇년 후, 만큐(역자주: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만큐의 블로그)의 미시경제학 교과서 4장의 도입부에 이런 설명을 발겨했다:
냉동 요거트의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보자. 수요의 법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냉동 요거트를 더 많이 사먹게 될 거고, 그와 동시에 아이스크림은 덜 사먹게 된다.자, 이걸로 커피/차 예시는 해결된 셈이다.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면, 커피값은 떨어질 거다. 커피와 차는 서로 대체 가능한 상품이니까, 커피 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사람들이 차를 덜 살 거란 이야기가 되는군.
그런데 정말 그럴까? 만큐의 요거트 예에서 가격이 떨어지면 "공급의 법칙에 따라 사람들이 요거트 판매(생산)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논리적"으로 따졌을 때 어떤 상품의 판매량과 구매량은 같아야 한다면,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잖아.
4장의 "Problems and Applications"로 가면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12번 문제를 보자: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의 샴페인 업계가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많은 (샴페인) 사업가들이 비싼 샴페인 가격에 들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가격이 더 폭등해버리면 수요가 급감할 거고, 그러면 가격이 다시 폭락할 까봐 걱정하고들 있다"고 한다. 이 상황에 대해 이 사업가들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 뭐가 잘못된 걸까?처음에는 마케팅이 샴페인 수요를 증가시켰고, 그로 인해 가격과 공급 모두 오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큐는 앞서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이 요거트를 덜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는 샴페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할 텐데... 그렇담 여기에도 뭔가 모순이 있군.
이 내용은 전부 제3판에 있던 이야기다. 그런데 4판에서는, 스탈린 시대의 단체 사진에서 얼굴을 지운 것처럼, 12번 문제는 불가사의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다른 문제들은 전부 그대로였는데 말이다. 나는 만큐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제가 왜 없어졌냐고 이메일로 문의를 했고, 그는 교재를 사용하는 교수들의 피드백을 받고 그에 따라 개정판을 내놓는다고 알려줬다.
요거트 이야기는 4판에도 그대로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교수들이 요거트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든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12번 문제에서처럼 수요-공급을 정확하게 다루는 건 "매우 헷갈린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소수자 중 하나라는 걸 눈치채기 시작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가격 변화에 따른 논리 전개"를 좋아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이율이 떨어지면, 투자가 ....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2. 유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 할 것이다.
3.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수출/경상수지는 .... 될 것이다.
이 문제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올해 이율은 굉장히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투자 역시 곤두박질쳤다. 그렇다면 낮은 이율은 투자 감소를 낳는다는 이야기군. 올해 유가도 바닥을 쳤고, 기름 소비량도 줄었다. 그렇다면 기름값이 떨어지면, 기름 소비가 떨어진다는 거고... 자, 이쯤에서 사람들은 뭔가 못마땅해하면서 "이봐, 다른 변수들을 고정시켜 놓지 않았잖아. 뭔가 다른 요인이 있는 거라고"라고 할 거다.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물론 다른 뭔가가 변했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가격/이율/환율이 변할 리가 없잖아! 방금 든 예시들에 "함정" 따위는 없다. 이들은 전부 수요-공급 법칙의 기본이다. 수요-공급 곡선을 그려보자. 그리고 공급 곡선을 왼쪽으로 밀어보자. 가격이 낮을 때 소비도 낮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럼 우리는 가격에 대해 뭘 알고 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공급 증가로 인해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수요)가 증가하고, 수요가 떨어져서 가격이 떨어졌다면, (당연히) 소비는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바꿔말하면, 가격(혹은 이율이나 환율) 변동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소비가 증가할 확률이 50%, 감소할 확률도 50%임을 알 수 있다. 뭐, 여기까지만 알아도 진전이라면 진전이 있군.
최근에 작금의 낮은 유가는 소비자로 하여금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 것이므로 "좋지 않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것도 꽤나 흥미로운 시각이란 말이지. 왜냐하면 내 생각엔 작금의 낮은 유가는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는 걸 반영한 결과기 때문에 좋지 않거든. 사람들이 왜 갑자기 에너지 "절약"을 하냐고? 다들 실직했거든.
간혹 2003년에 Fed(연방준비은행)가 이율을 1%까지 낮추는 바람에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며, Fed가 큰 실수를 한 거라는 이야기를 접하곤 한다. 나는 2003년에 이율이 낮았던 건 투자가 낮아서 그랬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환율 문제에 있어서는 정말 모든 걸 꿰뚫었다는 듯이 말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개방 거시 경제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만, 사람들이 달러화 가치 추락의 의미를 이야기할 때면, 사람들이 무슨 이야길 하는 건지 궁금해진다. 달러가치가 애초에 왜 떨어졌는데? 조금 더 안다는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갑자기 달러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자, 그럼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있겠군. 그런데 외국인들이 왜 달러를 원하지 않지? 더 이상 미국을 상대로 경상수지흑자를 내고 싶지 않단 이야긴가? 그렇다면 그건 왜지? 저금을 조금 덜 하고, 투자를 더 많이 하려고? 그들이 무역수지 균형을 잡고 싶어한다면 우리한텐 어떤 영향이 있는 거지? 결국 우리 무역적자가 없어질 거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닌가? 그러면 그게 미국 경제엔 어떤 영향이 있다는 거지? 수출 증가? 아니면 수입 감소?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Fed에선 NGDP1를 타겟삼아 통화정책을 펼친다고 해보자? 근데 그 다음엔? 자, 54년간 온갖 예측들이 빗나가는 걸 관찰하면서 이끌어낸, 썸너 규칙을 보자:
사람들이 수차례의 경기순환 동안 어떤 경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때, 그 경향은 이미 지속가능하단 거다. 그게 아니라면, 그 경향이 뒤집히기 전에 우리는 죽고 없겠지. 언젠가는 뒤집힐 수 있겠지만, 그게 뒤집히는 걸 볼만큼 오래 살 게 아니라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향이란 게 뭘 말하는 거냐고? 아시아 국가들이 호주나 미국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 거? GDP 대비 의료비가 계속 증가하는 거? 이것과 관련해서는 "비의료비용"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 더 쉬울 거다. 500년마다 GDP 대비 의료비용이 절반씩 떨어진다고 생각해보자. 그래도 RGDP2가 양호한 수준으로만 계속 증가한다면 비의료비용에 지출할 수 있는 총액은 계속 증가할 거다.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고? 나라면 거기에 돈은 안 걸 거다.
경제학 강의를 위한 지침들
우리가 수요-공급에 대해 가르칠 때 학생들이 아무것도 배우는 게 없을 수도 있을까? 내가 보기에 (가격통제나 세금 따위에 응용하기에 앞서서) 수요-공급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두가지만 배우면 될 것 같다:
1. 수요나 공급 변화의 효과.
2. 가격과 물량 변화로부터 추론하기.
나는 평균보다 훨씬 나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내가 그동안 깨달은 건 다음과 같다. EC101(역자주: 경제학의 가장 기초과목, 경제학개론쯤 되려나?)을 수강하는 거의 모든 학생들은 수요나 공급에 충격이 왔을 때 그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플로리다의 오렌지 농장에 서리가 내린다면, 오렌지 가격이 어떻게 될지 다들 잘 알고 있다. 중국에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사기 시작하면 유가가 어떻게 될지도 다들 안다.
내가 깨달은 다른 한가지는, 가격과 물량의 상관관계를 해석할 줄 아는 학생은 거의 없다는 거다. 더더욱 문제는, 학기가 끝났을 때에도 여전히 모른다는 거다. 나는 간혹 조금 더 상급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나 MBA 학생들에게 다음 문제를 물어보곤 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화가격이 $6일 때 평균적으로 100명의 사람들이 영화를 본다고 하고, $9일 때는 300명의 사람들이 영화를 본다고 한다. 이는 수요 공급의 법칙에 위배되는가?
정말 정말 극소수의 학생들만 이 문제의 답을 안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대부분 이 문제에 '함정'이 있다고들 생각한다는 거다. 사실 이보다 더 단순한 문제는 없는데 말이다. 수요-공급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는 영화에 대한 수요가 변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는 질문에 불과하다. 내 생각에 수요-공급의 법칙에 대해서 이보다 더 단순하고 직설적인 문제는 없는데 말이다. 저녁 시간에는 영화에 대한 수요가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가격이 오른다. 공급량이 이에 반응한다. 뭐가 그렇게 어렵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문제를 틀린다. 학생들은 수요-공급에 대해 알아야 할 두가지 중 한가지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EC101을 수강하러 오고, 두가지 중 한가지를 안 채로 떠난다. "공급을 변화시키는 5가지 요인"이나 "수요를 변화시키는 5가지 요인" 따위를 아무생각없이 외우게 하는 것보다, 경제학이 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경제학자들을 identification problem3을 해결하는 탐정으로 묘사하는, Freakonomics(역자주: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과 저널리스트 스티븐 더브너가 뉴욕 타임즈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같은 글/책들을 읽으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경제학을 가르치는 다른 사람들이 이글을 본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정말이지 우리가 플로리다 오렌지 농장에 서리가 내리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수요와 공급은 부록에 넣고, 필요하면 공부하라고 하는 대신에, 4장을 통째로 identification problem으로 채우는 거다. 정말 전문적인 내용들은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나중에 더 배울 수 있게 하면 된다. 어쩌면 identification problem도 너무 어려울 수 있으니, 수요-공급은 그냥 재낄 수도 있다. 기회 비용, 인센티브, 한계 분석 등만 가르치는 거다.
어떤 제안도 좋다. 가끔 신문, 심지어는 엘리트 신문이라는 뉴욕 타임즈, 파이낸셜 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신문을 읽을 때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든다. 신문의 경제면 기사들과 경제학은 점성학(astrology)과 천문학(astronomy)의 관계쯤 되는 것 같다. 가격/이율/환율이 내포하는 의미에 대한 논의는 건 토성이 물병자리의 별 중 하나라는 게 무슨 의민지 논하는 것만큼이나 쓸모없는 이야기다.
PS. 그렉 만큐가 이 글을 읽는다면 말이지: 이 책을 예로 들었다는 건, 이 책이 가장 좋은 미시경제학 교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PPS. 타일러 코웬(역자주: 조지 메이슨 대학의 경제학자, 코웬과 알렉스 타바락의 블로그)가 이 글을 읽는다면 말이지: 요 위의 PS는 무시하시구랴. 아직 선생(이랑 알렉스가 공저한) 책은 내가 못봤거덩.
역자주:
1NGDP, 2RGDP: 여기서 길게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nominal gross domestic product와 real gross domestic product의 약자. 전자는 GDP 측정 당시의 통화단위와 가치를 그냥 사용한 것이고, 후자는 이를 인플레이션에 대해 보정한 것. 보통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이 위험하지 않은 수준(0-3% 정도)으로 묶는 걸 목표로 펼치는데, NGDP 성장률을 목표로 잡아서 펼칠 수도 있음. 이 차이가 뭐냐고? 거시경제학은 경제학자들 중에서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니, 내가 여기서 간단하게 설명할 내공은 절대 안 되므로 일단은 패스.
3Identification problem: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수요-공급 이론에 따르면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상품의 거래량과 가격이 결정된다. 이 이론은 참 그럴 듯한데, 실제 세계에서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는 모른다는 거다. 왜냐하면 가격이 아닌 다른 다양한 변수에 의해 어떤 상품의 수요나 공급은 수시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측 가능한 지표는 어떤 상품의 가격과 거래량인데, 이를 통해서 실제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을 역으로 추적하는 일은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다. 이런 류의 문제를 (parameter) identification problem이라고 한다. 이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에 수요-공급 곡선에 대해 이야기할 테니, 그때 조금 더 자세히 자루도록 하자.
TAG 수요-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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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 (아 수요와 공급에 대한 내용이구나)
중간 (그렇구나, 근데 나는 왜 답을 모르겠지?)
읽고 나서 (수요와 공급은 답이 없는건가? 경제학은 대체 무슨 학문일까)
ㅋ
답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고, 인과관계를 잘 따져야 하는 거지. 수요와 공급은 가격에 반응하지만, 동시에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거니까, 제삼의 원인이 있고, 그에 따라 수요(혹은 공급)이 변하게 되면 가격이 변하게 되고, 그러면 그에 반응해서 공급(혹은 수요)가 변하게 되는데 이 세단계의 과정 중에 두단계의 인과관계만 해석하려고 하면 뇌가 꼬인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