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까지 와서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가 아니라 유럽풍 바를 소개하자니 뭔가 좀 거꾸로 된 것 같긴 하다만, 한국의 술집이나 일본의 이자카야는 맛보다는 기분으로 술을 먹는 환경이라, 반죽이 아주 잘 맞는 친구가 없다면 굳이 찾게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잖은가. 그래서 일본에서 맥주가 맛있는 술집을 구글링하다가 발견한 곳이 오늘 소개할
The Cat and Cask Tavern.
금요일 저녁에 일 끝내고는 맥주 한잔 하려고 독일인 친구와 가봤는데 아주 작고 아늑한 분위기가 맘에 드는 데다가, 작년 이맘때에 개업했다고 해서, 아직 입소문도 많이 안 나서 그런지 한적하고 좋았다.

밤중이라 너무 어둡다만 바깥은 이렇게 생겼다.
일본에서 28년간 영어를 가르치던 영국인이, 도쿄 센까와--지명이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텐데,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H2 주인공 하나인 히로의 학교가 센까와 고등학교. 그렇지만 실제로 센까와 고등학교라는 학교는 없는 것 같다--주택가에 손바닥만한 유럽풍 건물 하나를 짓고, 영국풍 ale을 위주로 하는 바/펍을 차렸다. 술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일본의 microbrewery에서 나오는 술만 취급하고, 케그(keg)
1)가 동나면 새로운 종류의 맥주로 교체한다고...
금요일에는 Yokohama Christmas IPA
2), Shigakogen IPA, Edel Pils
3), Ezo Beer Mocha Porter
4)의 네종류의 맥주를 취급하고 있었다.

바 안의 테이블 중 하나에 축 1주년이라고 돼 있어서 뭘 축하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지난달이 개업 1주년이었다고 한다.

노란 셔츠 입은 외국인 아저씨와 왼쪽 문에 기대 서 있는 일본인 아줌마 부부가 이 가게 주인.

바의 반대쪽으로는 우리가 앉은 테이블 외에 테이블이 하나 더 있다. 바에 스툴이 4개, 테이블이 2개가 전부인 아주 아담한 바. 사진 왼쪽의 외국인이 이곳에서 만난 독일인 Daniel.

바에 있던 장식품. 단골 손님 중 하나가 선물해줬다고 한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 블로그, 관광가이드의 레이다망을 피해 얼마나 지금처럼 작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할 지는 알 수 없지만--나만 해도 인터넷을 통해 이 가게를 찾았으니--내가 일본을 뜨기 전까지는 크게 문제 없을 테니 맛있는 생맥주 생각나면 가끔 와줘야겠다.
뒷 얘기 하나.
밑의 사진 맨 오른쪽에 옆모습이 보이는 외국인 아저씨와 그 왼쪽의 일본인 아주머니도 이 가게 단골이라는데 이 두분이 나가고 나자 가게 주인 아저씨가 음악을 바꾸는 거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Lonnie Hirsch라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출신의 가수란다. 지난 1년간 이 바에서 연주도 몇차례했다는데, 평소에 자기 음악 틀어놓는 걸 싫어해서 나가고 나서야 이 아저씨 음악을 틀었다고... iTunes Store에 가면 이 냥반 음악을 구할 수 있다길래 찾아봤는데 미국 iTunes Store에는 없고 일본 iTunes Store에만 있더군.
뒷 얘기 둘.
영업 시간이 11시반까지라--술집 치고는 좀 이르지만, 우리야 어차피 12시 20분 마지막 기차를 타야 하는지라 어차피 그 시간에 나와야했긴 하다--영어 종료 시간에 맞춰 가게를 나섰다. 센까와역으로 가서 별 생각없이 기차를 탔는데, 어라? 조금 가다보니 열차가 지상으로 올라가네. 와코시까지는 계속 지하로 가야 정상인데다가 역 이름도 생소해서 열차에서 내려서 역에 있던 전철 노선도를 봤더니 센까와에서 전철 노선이 3개가 있는 거다. 그 중 2개는 와코시, 나머지 하나는 다른 방향. 일본은 보통 노선이 다르면 플랫폼이 다르게 마련인데, 이 기차들은 왜 같은 플랫폼을 쓰는 거야? -_-,,
시간을 보니 12시 10분. 다시 온 길을 돌아가자니, 어차피 막차는 놓치게 생겼다. 그래서 역에 있던 무리지어 꽤나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던 일본인들에게 다가가 영어/일본어를 섞어가며 힘겹게 의사소통. 와코까지 택시로 가면 택시비가 6천엔 정도 들 거란다. 어쩌겠어, 노숙할 순 없잖아, 택시를 타기로 결정하고 역을 빠져나왔다. 택시를 잡아 타고 "와코시에키마데 이쿠라데쓰까? (와코시엮가지 얼마에요?)"라고 묻자 "^&%$@%$&^%&%" 아놔, 왜 일본인들은 간단한 질문을 하면 하나들 같이 복잡한 대답들을 하시는지... "와따시와 니혼고가 데끼마셍"이라고 하자 그제서야 "산센, 욘센엔. (3천, 4천엔)" 6천엔에 비하면 많이 싸네. 뭐지 이 횡재한 느낌은... ㅡㅠㅡ 암튼 그래서 택시를 타고 와코시로 돌아오니 시간은 12시 50분, 택시비는 3680엔. 이봐, 횡재가 아니라고, 술값보다 택시비가 더 나왔잖아, 버럭~! orz
성급한 일반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백인들은 술 먹고 밤늦은 시간에 칼로리 높은 음식 먹는 걸 좋아한다. 이날도 어김없이 Daniel이 택시에서 내려서는 "모스 버거 먹으러 가자!"는 거다. (얘가 얼마전에 모스 버거를 먹어보고는 완전 맛들렸다.) 우리동네에 있는 모스버거는 영업시간이 새벽 1시까지라 "1시에 문 닫는데"라고 알려줬더니, "지금 몇신데?" "12시 54분." "뛰어!" -_-,, 그래서 오밤중에 햄버거 먹기 위해 뛰었다. (뛰었다고 해서 몇km씩 뛴 건 아니고, 와코시역에서 모스 버거까지 200미터쯤밖에 안 된다.) 암튼 술 먹고 먹어서 그런가, 모스 버거 맛있드만. 또 먹어줘야겠어. ㅡㅠㅡ
1) 생맥주를 담는 수십리터 정도 사이즈의 양철 배럴을 keg라고 한다.
2) IPA는 India pale ale의 약자로 홉의 화하면서도 살짝 쓴 맛이 강하게 나는 맥주.
3) Pils는 pilsener를 줄여부른 말로 체코에서 유래한 pale lager의 일종. Pilsener는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가장 즐겨먹는 맥주 종류 중 하나로, 우리가 흔히 맥주라고 하면 떠올리는 투명한 금빛 술이 전부 pale lager 계열이다.
4) Porter는 우리가 흔히 흑맥주라고 하는 술의 한 종류. (흑맥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네스를 떠올릴 텐데, 기네스는 분류상 stout.) Ezo Beer는 일본 맥주회사지만 얘네가 취급하는 Mocha Porter는 사실 미국 오레곤에 위치한 Rogue라는 microbrewery의 맥주이다. 특이하게도 Rogue의 맥주가 일본에 들어올 때는, Ezo Beer가 수입해서는 자기네 레이블을 붙여서 판다. 앞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본맥주만 취급한댔는데, 그 예외라는 게 Rogue의 맥주들. 미국술이지만 Ezo Beer는 일본 브랜드기 때문에 취급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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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와 스시는 안가봤지만 왠지 가본듯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