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archive'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08/02/29 투기 열풍의 나라의 투기 내각
  2. 2008/02/11 타올라라 남대문
  3. 2008/01/31 한나라당의 정체성
  4. 2007/12/26 귀국, 그리고 감상 (2)
  5. 2007/10/08 2007 시카고 마라톤
  6. 2007/10/07 마라톤 준비 (1)
  7. 2007/03/26 타인의 삶(Das Leben der Anderen) (3)
  8. 2007/03/19 오랜만에 포스팅
  9. 2006/11/27 제라드, 시즌 1호골 작렬!
  10. 2006/11/24 연애 한번 해보세 (5)
유학을 떠나기 전엔 이렇진 않았는데, 지난해 말 한국에 돌아와 느낀 것 한가지는 이땅이 투기 열풍의 나라가 됐다는 점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옆집의 아무개가 주식에 X원을 투자해서 Y원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앞집의 자무개씨는 서울 강남에 집을 사뒀더니 집값이 Z배나 뛰었다는 이야기를 부러움을 한 가득씩 섞어서들 하고 있다.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주식도 사야 하고 땅도 사야 한다. 은행에 저금하는 건 바보짓인 세상이 왔다. 덕분에 새해부터 열심히 떨어지는 주가에 온 나라가 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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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승수 총리와 11명의 장관이 임명되면서 지난 25일에 출범한 '실용정부'의 내각 일부가 구성됐다. 통일부, 환경부, 여성부의 3개 부서 장관은 청문회 도중에 나가리되고,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는 민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임명에 실패했다. 임명에 실패한 4개부서 장관은 말할 것도 없고 총리와 장관들 면면을 살펴보면 가히 '투기 내각'이라 할 만하다. '아무 생각없이 사둔 땅들'의 땅값이 어찌나 잘 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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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좀 벌어보겠다고 부동산이고, 주식이고 열심히 했는데도 뛸줄을 모르는 땅값, 집값, 주가에 국민들은 다 울상이고, 아무 생각 없이 사둔 땅들의 땅값은 끝도 모르고 치솟아서 장관 좀 해보겠다는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을 비난하는 우리들은, 그저 질투의 포화를 쏘고 있는 걸까? 이 투기의 땅에서 투기꾼 아닌 내각을 과연 구성할 수 있을런지, 정말이지 아이러니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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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투기
야, 정말이지 너무 잘 타더라, 그냥 활~활~. 얼씨구나 타올라라 남대문. 누구 말마따나 타는 것도 국보급. 황당. 방화로 추정된다는데, 누군진 몰라도 동대문, 북대문도 차례로 태워 없애는 거 아닌가 몰라.

@ 2001년에 미국 건너가자마자 911 터지고, 올해 한국 들어오자마자 남대문 불타 없어지고... 서...설마 내가 나쁜 기운을 몰고 다니나?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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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남대문
흔히들 '우파는 부패로 망하고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의 한가운데에 있던 우리mb를 대선 후보로 내세우고도 꿋꿋하게 승리한 한나라당, 총선 관련하여 공천갈등으로 당원들의 탈당 내지는 분당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부패에 끄떡없더니 분열로 망하는 한나라당, 네놈들이 그러고도 대한민국의 우파냐, 썅.

@ 우리mb가 다 해결해주시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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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귀국했습니다. 학위과정 다 마치고 물리학 박사가 되어 돌아왔습죠.

집에 오니 좋긴 좋은데 앞날이 살짝 걱정이다. 오랜만에 한국 왔다고 여기저기 인사를 조금 드렸는데, 아, 인생은 정말 클리셰 투성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어찌된 게 모든 대화가 똑같다.

-- 유학 나간지 4년 정도만에 돌아오는 건가?
= 6년 반이요.
-- 6년 반?
= 네.
-- 아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 그렇더라고요.
-- 여자 친구는 있나?
= 없는데요.
-- 이제 한국 왔으니 사람 만나서 결혼해야겠네.

이런 상황에서의 대화에 대한 교과서라도 있는 마냥 모든 대화가 똑같이 진행된다. 어른들이 해주는 조언이라는 이야기들도 똑같다. 정말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나 한결같이 같은 사고체계를 갖고 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처한 사회적 틀 안에서 따라야 하는 행동양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자신들의 믿음과는 별개의 상투적인 이야기들을 하는 걸까?

어느쪽이든 참 답답한 상황이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숨이 턱 막힌다.

@ 그래도 일단은 음식이 맛있어서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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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가 출전해서 7등했다는 바로 그 마라톤. 10월초 시카고 날씨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서 진행됐던 이 마라톤은 대회 도중 참가자 한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무더위와 관련된 부작용으로 결국은 대회가 중단됐다. ㅡㅠㅡ

4만 5천명이 등록했는데 만명 정도가 아예 불참했고, 만명 넘게 나가리 되면서 2만 5천명 정도만 결승선을 밟았다.

3시간 30분 정도를 기준으로 레이스  반환점을 돈 사람들에게는 결승선까지 걸어가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그 외의 사람들은 모두 철수시킨 것. 혹서기 마라톤도 아니고 이 무슨...

나는 레이스 반환점은 1시간 57에 돌았는데 그 이후에 쭉 뻗어서 걷다 뛰다 걷다 뛰다 반복하다가 (비공식적으로) 4시간 58분만에 결승선 통과, 간신히 5시간은 안 넘겼다. ㅎㅎㅎ 대회가 중단되면서 이번 대회 공식기록은 없다. (그래도 완주 메달은 주더라, 히히.) 걸어가라는 안내 방송 나올 땐 차라리 잘 됐다 싶더라고... '걸으래서 걸었어요'라는 핑계가 생겼달까나. ㅡㅠㅡ 사실 발바닥에 500원짜리 동전만한 물집이 잡히고 양쪽다리 다 쥐나고, 뛰래도 더 못 뛰었을 거다.

아주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대회가 될 듯하다. ㅎㅎㅎ

@ 워낙에 열이 많은 체질이긴 하다만 작년 매디슨 하프 마라톤 때도 그렇고, 올해 시카고 마라톤도 그렇고, 나 더위에 졸라 약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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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카고 마라톤까지 하루 남았다. 이번엔 3시간 30분 벽을 깨볼까했는데 날씨가 졸라 더울 거라고 한다. 내일 낮 최고 기온은 30도를 넘나들 거라고... orz 천천히 뛰어야지, 별 수 있나.

어제는 마라톤 패키지 찾으러 갔는데 Tanita(체성분 측정해주는 체중계 만드는 일본 회사)에서 체성분 검사하는 부쓰를 차려놨길래 한번 해봤는데 체중 67kg 중 근육이 59kg, 뼈가 3kg. 체지방은 7.3% 나왔다. --v 특히 내장지방을 1-59등급(1-12까지는 정상, 13-59는 과다로 숫자가 낮을수록 좋음)으로 매기는데 1등급 나왔다.

체내 수분은 64.4%로 남자들의 경우 50-65%가 정상범위라는데 스펙트럼의 위쪽끝에 걸쳤다. 내일 마라톤 뛰어야 하는 걸 감안하면 딱 좋은 수치.

그외에 특이 사항은 기초대사율이 1793cal로 12살짜리 신진대사율을 가졌단다.

그리고 Brooks/Nike 등등에서는 비디오 카메라로 달리는 폼 녹화해서 분석도 해주길래 줄이 짧은 Brooks 부쓰에 가서 이것도 해봤다. 평발임에도 발이 안쪽으로 구르지 않고 아주 neutral gait를 가졌다며 딱히 지적할 게 없단다. (일반적으로 평발은 발이 안으로 구르고, 발바닥 골이 깊은 경우(평발의 반대)에는 발이 바깥으로 구른다고 한다. 그래서 달릴 때 운동화도 이런 성향에 따라 쿠션이나 안정성 등을 선택하게 돼 있다.) 신고 있는 신발이 뭐냐고 묻길래 Asics Gel Nimbus 신는다고 했더니 신던 신발 계속 신으면 된다고. 그러면서 '자기네가 만드는 Glycerin 신어보던가'라는 한마디도 잊지 않더군, ㅋㅋㅋ.

암튼 이래저래 달릴 준비는 다 된 거 같다. 내일 뛰기만 하면 되겠구나. (이제 와서 준비가 안 됐다고 한들 뭔 뾰족한 수가 있겠냐마는... -_-a)

@ 이게 얼마만의 포스팅이여. ㅡㅠㅡ 마라톤 결과는 내일 알려드리지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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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이 영화를 보고 무척 맘에 들어서 글이라도 하나 쓸까 했지만, 귀차니즘에 순순히 백기 투항해버린 쥔장. ㅡㅠㅡ 자주 가는 블로그들엔 새글이 없어서 지루함에 시달리다 무척 오랜만에 키드님 블로그에 가봤더니 이 영화에 대한 글이 있는 게 아닌가. '아, 이것도 일종의 계시인가'라는 다분히 미신적인 관점에 입각하여 글을 쓰기로 결심. ㅡㅠㅡ

영화의 무대는 체제의 붕괴가 엄습해오는 80년대 동독. 잠재적 반체제인물로 의심되는 한 작가-연극배우 커플을 감시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은 한--체제를 의심하는 사람에게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던, 체제의 철저한 신봉자였던--비밀경찰이 이 커플들의 삶에 천천히 동화되는 과정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그려낸 영화. 그리고 그 핵심에 자리한 모티프는 '타인과 연대하기'다.

키드님 말씀대로 이념을 뛰어넘는 예술/사랑의 호소력으로 이 영화를 이해해도 상관없겠지만, 어떤 가치의 보편성이란 건 공유된 경험과 학습을 바탕에 깔았을 때에만 존재하기 마련이라 믿는지라, 수십년의 경험과 학습이 쌓아올린 체제에 대한 맹신을 단지 '예술의 보편성'이란 이름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이 비밀경찰이 비즐러가 드라이만(작가)을 훔쳐보기 이전부터 이들 사이에는 이미 공유된 가치가 있었고, 영화는 이 점을 놓치지 않고 보여주기 때문에 설득력이 생기는 것. 달라도 너무 다른 삶을 사는 이들에게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 타인--가족이나 친구 등 삶의 일정부분을 공유한 특정 소수가 아닌 불특정 다수로서의 타인--에 대한 연대감이 자리를 잡고 있다.

비즐러의 삶을 유지시키는 것은 체제에 대한 환상이다, 현체제가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한다는 환상.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삶은 꽤나 공허하지만--비즐러는 영화 내내 단 한번도 웃지 않는다--이를 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바로 자신의 불편함이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짐으로써, 즉 체제를 통해 타인과 연대함으로써 삶의 공허함을 견뎌낸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체제--보다 정확히는 그가 지닌 체제의 환상--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는 동정의 여지 또한 없다.

드라이만의 삶은? 드라이만이야 말로 체제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랑, 부, 명예, 모든 것을 가졌고, 그는 체제 하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보기에 따라서는 행복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행하다. 그는 체제에 대한 환상이 없기 때문이다. 현체제가 자신 이외의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잘 알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는 불행하다. 그의 불행은 숙명이 아니고 선택의 결과인 셈이다, 타인과 연대하기로 한 선택의 결과.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은 만난다. 두 사람 다 자신의 삶 이상으로 타인의 삶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즐러는 드라이만이 설령 자신이 그토록 맹신해온 체제와 맞서 싸울지라도 그에게 동화된다. 체제로부터 철저한 비호를 받아온 드라이만이 체제를 불신하는 것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함이 아니라 체제로부터 행복을 보장받지 못한 타인들을 위함을 깨닫는 순간, 체제의 일부인 그루비츠나 헴프 같은 인물들은 실제로는 개인의 이익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비즐러는 드라이만이 자신과 연대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타인의 삶(Das Leben der Anderen)'이란 영화의 제목도 숨결을 부여받는다.

@ 매우 훌륭한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쥔장은 여전히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은 판의 미로가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판의 미로는 최우수 작품상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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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너무 오래 내버려뒀더니, 관리자 비밀번호도 기억이 안 나지 뭐야? -_-a 티스토리 인터페이스도 많이 바뀌었네, 그새.

그런데 블로그를 한참 버려두면 좀처럼 다시 시작하게 안 되는 게, 몇달씩이나 버려둔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쓸라면 몇달만에 이야기를 풀기로 결심하게 만들 만큼 대단한 일이 있기라도 했어야 될 거 같아서 말이지... 예를 들면 최군 내일 모레 결혼한다던가, 로또를 맞아서 벼락부자가 됐다던가, 아니면 은행 털다 걸려서 감옥에 가게됐다던가 등등... 음, 마지막건 좀 아닌가? -_-a 그런데 늘상 고만고만한 하루하루 보내는 마당에 저런 일들이 있을 리가... ㅡㅠㅡ

암튼 그래서 이래저래 글 쓰기를 미루다보면 이게 또 양성 피드백을 받으면서 점점 할 말이 없어진다는... 이거 뭐 간만의 업데이트에 거창한 포스팅 기대하고 이 블로그를 찾으셨다면 (그런 분들이 아직도 남아 있나 모르겠다만 ㅡㅠㅡ) 제대로 낚였습니다. :p 암튼 다시 블로그 관리를 좀 해볼까나... 라고는 하지만 잘 될까?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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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제라드, 긴 겨울을 헤치고 드디어 시즌 1호골 기록.



지난 시즌 리버풀의 빡센 일정에 월드컵으로 인한 휴식/훈련 부족의 후유증 + 베니테즈 감독이 생각하는 최상의 미드필드 조합을 위해 선호하는 중앙 미드필드 대신 우측에서 뛰어야 하는 부담(?) 등이 겹쳐 올 시즌 꽤나 부진하던 제라드, 챔피언스 리그에서 두골을 기록했을 뿐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서 덩달아 리버풀 팀성적도 주춤하며 많은 리버풀 팬들의 걱정을 자아내게 하더니 지난 수요일 PSV와의 챔피언스 리그 홈경기에 득점을 올린 데 이어, 토요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경기에서 득점을 올리며, 두경기 연속 득점 + 프리미어 리그 올시즌 첫골을 기록했다. 제라드의 득점에 힘입어 팀도 1:0으로 승리. 자, 이제 삘 받았으니 냅다 달리는 거야, 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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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 3주가 넘게 버려졌구나. -_-a 주인장이 웬 아가씨한테 홀려(?) 연애 한번 해보겠답시고 맘고생 좀 하느라 ㅡㅠㅡ 이리 됐습니다, 양해해주십쇼. ㅡㅠㅡ 그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나 해드리지요.

10월말의 한 금요일, 오전에 학교 헬쓰장엘 갔는데 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대단히 매력적인 아가씨 발견. 엘립티컬 머신에서 운동을 하며 뭔갈 읽고 있는데, 예쁘게 생기기도 했거니와 뭣보다도 세속의 오욕칠정을 다 뛰어넘어 잡념이라고는 없는 듯한 무척이나 건조한 표정에... @.@

수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그녀가 안 보임, 실망. 근데 주인장이 운동하고 있는 중에 아가씨 등장. 형광펜 들고 뭔가에 줄쳐가며 운동을 시작한 그녀, 주인장이 운동 끝내도록 여전히 운동 중. 주인장, 샤워 끝내고는 혹시나란 생각에 운동실에 다시 올라가 기웃거려봤는데 때마침 운동 끝내고 짐을 챙기고 있는 게 아닌가. 타이밍 잘 맞춰 운동실 문을 향해가서는 문을 잡아줬더니, 아가씨, 주인장을 잠시 쳐다보더니, 쌩긋, 그리고는 '땡큐'. 건조하기만 하던 무표정과 극심한 대비를 이루는 환한 미소에 주인장 또... @.@

다음날 용기를 내서, "Could I convince you to let me buy you a cup of coffee?" 잠시 침묵 후에, "Sure."

그리하야 그녀는 커피 한잔, 나는 차 한잔을 앞에 두고 한시간 반 정도 떠들었나? 온갖 이야기를 다 주고 받는 와중에, 헬쓰장에서 처음 만났다보니 운동/달리기하는 이야기도 나와서 작년에 시카고 마라톤 뛴 이야기, 올봄에 매디슨 하프 마라톤 뛴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I still didn't qualify for any of the advanced starting group"이라고 했더니 쌩긋 웃으며 한마디, "It qualifies to impress me." 그녀는 말도 참 예쁘게 한다. ㅡㅠㅡ

뭐, 여기까지는 다 좋은데, 문제는 이 아가씨가 프린스턴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점. 중간 고사 끝나고 잠시 쉬러 집에 왔던 거다. 이틀 후(토요일)면 프린스턴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던지라 또 만날 기회는 금요일 하루뿐. 그래서 금요일에 시간 있냐고 물었더니 "What do you have in mind?"라고 되묻는다. 점심이나 하자고 떠봤더니, 낮에 어머니랑 영화 보러 갈 생각이었다네. 그러면서 스케줄 확인해보고 이메일 보내겠다며 주인장의 이메일을 받아갔다. 뭐, 여기까진 좋았는데...

그날 저녁 다음날 시간이 안 날 거라는 이메일이 왔는데 분위기가 영 싸한 거다. '아쉽지만 바쁘다'가 아니라 '만날 맘이 없어서 바쁘다고 할란다'는 뉘앙스. 희망이 실망으로... 뭐, 그렇지만 여기서 단념할 수는 없지. 답장을 쓰면서 다음에 집에 올 때를 위해 레인첵을 끊어달라고 했는데, 답이 없는 거다. 실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 orz 여전히 단념은 금물.

11월 마지막주 목요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 모르긴 몰라도 추수감사절에 맞춰 집에 내려올 거라는 가정하에 추수감사절 전 마지막 일요일 저녁 다시 한번 데이트 신청하는 이메일을 날렸다. '이번에도 답장이 없거나 거절 당하면 여기까지'라는 판단에 자못 비장해져서 길게도 썼다. 나는 감성보다는 이성의 노예-_-이고 싶은데, 왜 연애할라치면 넘쳐나는 감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쩌자고 이다지도 비장미만 철철 넘치는지 모르겠다, 아아. -_-,,

월요일 아침, 그녀의 답장이 왔다, 추수감사절은 주말에 잠깐 집에 올라왔다 돌아가는 거라 시간이 안 나지만, 겨울방학하고 집에 오거든 만나자고... 절망이 다시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 아, 감정의 롤러코스터, 너무 싫다. ㅡㅠㅡ 어쨌든 12월 중순까지 앞으로 3주, 못 기다릴 이유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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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연애,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