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나오는 사표 논쟁. 우리는 보통 선거의 판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표를 '죽은 표'라 부르며 낭비된 선거권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럴 바에는 최악을 피해 차악에 표를 던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견 일리도 호소력도 있어 보이는 이 주장은 사실 심각한 도덕적 결함을 갖고 있다.

내가 행사한 한표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한표는 '당신이 내 한표를 흡수하기를 원한다면 나에게도 손길을 뻗쳐야 한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 내 표를 가져가려고 '사표' 운운하는 것은 인생을 날로 먹겠다는 도둑놈 심보에 불과하다. 지금 당장의 선거에서는 내가 던진 한표가 힘을 발휘할 수 없겠지만, 그 한표 때문에 역사는 또 한걸음 발전하는 법이다.

민주주의는 의견의 무게가 동일한 개개인이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혹은 상대방에게 설득당하거나'를 통해서 작동한다.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만 같은 신념이 없다면 설득당하면 그뿐인 거고, 신념이 있다면 계속해서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면 된다. 그 결실을 언제 맺느냐, 그건 민주주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문제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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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만지작 2008/04/22 1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표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구를 찍으면 ‘사표’가 된다라는 말 자체가 도덕적 결함을 갖고 있는건 아니지요… 사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보다는 사표가 되지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 BlogIcon 완전영도 2008/04/24 1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요, 그건 '사표'란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 같은데요. '당장의' 선거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표를 사표라고 한다면 님의 말이 맞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선거 결과 및 정책 결정에 유효할 수 있기 때문에 '사'표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단 이야기입니다. 전자의 개념으로 정의했을 때엔 '그럴 바엔 차라리 나에게 그 표를 달라'고 함으로써 후자의 기능을 막아버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에게 왜 표를 주려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표는 날로 먹으려는 심보란 측면에서 도덕적 결함이 있다는 것이고요.

    • BlogIcon 만지작 2008/04/28 09: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표란 말의 정의를 다시 할 필요는 없거든요...그 말이 최근 등장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말도 아니구..예전부터 있던 말이고..아마 dead vote인가 하느 영국말을 번역해서 생긴 말일 거에요..또한 누군가가 ['그럴 바엔 차라리 나에게 그 표를 달라']라고 한들 그사람을 찍을까 말까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유권자의 선택이기 때문에..날로 먹으려는 심보도 아니죠..그렇게 말만하면 자동적으로 표가 생기다면 모를까...

    • BlogIcon 완전영도 2008/04/28 14: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표란 말의 정의를 정확히, 필요하다면 다시 하는 것이 제가 지적하고자하는 바의 핵심인 걸요. 원래의 dead vote라는 말이 왜 나왔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죠.

      님 말씀대로 최종 결정은 유권자의 몫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말을 함으로써 정말 단 한장의 표도 내쪽으로 넘어오지 않는다면 후보자로서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전혀 없겠죠. 소위 사표를 전부 흡수할 수는 없겠지만 일정량의 표는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에 하는 발언 아닌가요?

      심보라는 것은 그 의도를 판단하는 것이지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느냐의 문제가 아니고요. 예를 들어 유세 과정에서 허위 사실인줄 알면서도 유세에 활용하거나 지킬 마음이 없는 공약을 마구 내걸었는데, 당선이 안 됐다고 해서 유권자를 속일 심보가 아니었다라고 할 수는 없지요.

      분명히 '나를 찍어달라'고는 했는데 무엇을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의 문제죠. 정치적 목표가 동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표에 대한 댓가로 정치적 타협점을 제공하는 일 없이 표만 달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날로 먹으려는 심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