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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6 3. 시장과 가격
  2. 2010/04/13 iPad
  3. 2009/10/15 수요-공급 곡선, part2 (2)
  4. 2009/08/20 수요-공급 곡선
  5. 2009/07/23 제멋대로 경제학 Q & A, part 2
Markets can remain irrational a lot longer than you and I can remain solvent.
- (아마도) 존 메이너드 케인즈 (John Maynard Keynes)

시장의 비합리성에 대해 경고한 "시장은 우리가 부도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미쳐 있을 수 있다"는 이 한마디는 케인즈가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연원이 분명하지는 않다. 실제로 이 표현이 활자화되어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 Forbes 잡지로 케인즈가 죽은지 거의 50년 후의 일이라고 하니, 어딘가 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건 사실. 어찌됐든 이 말을 처음 한 것은 케인즈라고 널리 알려져 있고, 평소 케인즈가 갖고 있던 시장에 대한 불신을 감안하면 그럴 법도 하다.

사실 우리가 케인즈 경제학 혹은 수정 자본주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대공황을 겪으면서 케인즈 본인의 경제철학이 크게 요동친 결과로 탄생한 것인데, 그전까지만해도 당대의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케인즈도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였다.

문제는 1929년 미국 주식 시장의 몰락과 함께 시작된 대공황이었다. 그로 인해 케인즈 본인도 큰돈을 잃었는데--물론 케인즈는 대공황의 저점에서 더 사들여서 훗날 잃은 돈을 회복하고도 남았다--그런 시장의 극심한 변덕을 보며,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갖고 있던 시장에 대한 맹신 가까운 신념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케인즈의 수정 자본주의의 탄생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야기가 좀 많이 샜는데,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수정 자본주의가 뭔지에 대한 이야기는 훗날로 미뤄두기로 하고, 다시 케인즈의 발언으로 돌아가자. 경제학이나 회계에서 "solvent"라 함은 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바꿔 말해 어떤 경제 주체가 solvent의 반대인 insolvent가 되면 흔히 말하는 파산 신청을 하게 된다. 그런데 시장이 비이성적인 것과 지불 능력(solvency)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보통 언론에서는 우리가 맞이했던 IMF 위기와 같은 상황을 금융위기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사용하는데, 사실 금융위기에는 두가지가 있다.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가 하나고, 지불 능력 위기(solvency crisis)가 나머지 하나다. 이 두가지는 어떻게 다를까?

자, 내가 이발소를 차렸다고 하자. 은행에서 자본금을 빌려서, 가게를 얻고, 이발 도구, 의자, 손님들이 앉아 기다릴 수 있는 소파 등을 다 구비. 이발비는 9000원. 손님들이 만원짜리를 내면 천원을 거슬러줘야 할 것 같아서 일부러 은행에 가서 천원짜리를 넉넉히 바꾼다고 바꿔다가 계산대에 넣어뒀다. 그리고 첫날 손님을 받았는데 21명의 손님이 왔는데 전부 만원짜리를 낸 거다. 그런데 손님이 20명은 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천원짜리를 20장밖에 준비하지 않았던 거다. 20번째 손님까지 딱 받고 나니 만원짜리는 새로 20장이 생겼는데, 천원짜리는 한장도 안 남았다. 21번째 손님이 만원짜리를 내는 순간, 어라? 거스름돈 천원이 없네. 그런데 이 경우 정말 돈 천원이 없는 게 아니다. 돈은 20만원이 있지만, 당장 필요한 천원짜리 한장이 없는 거다.

이게 바로 유동성 위기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의 현금 가치는 충분하지만, 갖고 있는 자산의 종류가 당장 필요한 자산의 종류와 일치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위기. 이걸 왜 유동성 위기라고 부르냐고? 사실 조금 기이한 예를 들었는데, 자산의 종류에 따라 그 자산의 유동성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거래의 기본인 현금이 가장 유동적인 자산으로, 어디 가서 돈 내는데 안 받는 사람은 없다. 그 다음에 채권, 주식 등의 금융 상품 등이 있을 거고, 우리가 흔히 부동산이라고 하는 건물이나 땅 따위가 유동성이 가장 낮은 자산이다. 그래서 "부동"산이다.

그러면 지불 능력 위기란 뭘까? 앞선 예에서와 마찬가지로 내가 이발소를 차렸는데, 한달이 넘도록 손님이 한명도 없다. 가게 임대료, 전기세는 물론이고, 이발소를 차리기 위해 대출받은 돈 이자도 내야 되는데, 수중에 현금이라곤 없는 거다. 여기까지만 얼핏 보면 유동성 위기와 유사하지만, 다음에서 차이가 있다. 신용불량자가 될 순 없으니까 돈은 어디서 구해야겠고, 그래서 가게에 있는 물건 중에 당장 급하지 않은 물건들을 팔기 시작한다. 어차피 손님이 없으니 대기용 소파부터해서 이발용 의자도 3개가 있던 것 중 2개는 팔아치우고 등등. 그렇게 물건들을 하나둘 팔아치우기 시작해서 땜방질을 하다보니 몇달만에 결국 갖고 있던 물건을 다 팔아치웠다.

어라? 그런데 물건을 다 팔아치웠는데도, 갚아야 할 돈을 다 못 갚았네. 아무래도 중고품이다보니 처음에 살 때 줬던 값보다 싸게 팔 수밖에 없었던 거다. 결국 자기가 갖고 있는 자산 가치의 총량이 자신의 채무의 총량보다 작은 상황, 뭘 해도 필요한 돈을 갚을 방법이 없는, 힝, 존망했으의 상황이 바로 지불 능력 위기다

자, 그럼 시장과 이게 어떻게 엮이는지 살펴보기 위해 잠시 기업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에 대해 이야길 해보자. 기업의 대차대조표란 가계부라고 보면 된다. 약간의 차이라면 가계부는 현금 유통 위주로 작성하지만 대차대조표는 현금, 채권, 부동산 등 기업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The Office의 Dunder-Mifflin 같은 종이/사무용품 회사를 생각해보자. 이 회사의 자산은 사무용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각종 생산 시설, 사무직 직원들이 일하는 건물과 그 건물 내의 책상, 컴퓨터 등이 있을 거고, 사무용품을 도매나 소매상에게 넘긴 후 아직 받지 않았지만 곧 받아야 할 대금이 있을 거다. 그리고 회사가 갖고 있는 현금 등이 이 회사의 자산에 해당한다. 반면에 회사가 발행한 채권, 종이 생산을 위해 원자재를 받았는데 아직 지불하지 않은 대금, 직원들에게 아직 지급하지 않은 임금과 보너스 따위가 있다면 이는 회사의 부채에 해당한다.

이 자산의 총합에서 부채의 총합을 뺀 값을 회사의 순이익이라고 봐도 좋고, 회사의 실질적인 가치로 회사 주식의 총가치(=발행된 주식의 수 x 주가)는 이를 반영하는 게 정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이값이 0보다 크면 회사는 지불능력이 있다(solvent)고 한다. 그런데 이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는데에는 규칙이 있다. 현금만을 취급하는 가계부와 달리 다양한 종류의 자산과 부채를 포함한 대차대조표에서 이들 자산과 부채의 현금가치를 어떻게 매기느냐는 상당히 애매한 문제다.

각 가정이 가계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자산에는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 시골에 쬐끄만 텃밭이라도 있다면 이런 땅뙈기, 집안의 온갖 가구 및 가전 제품, 은행 예금, 적금, 펀드, 주식 등이 자산에 해당하고, 은행 대출, 사채, 아직 완납하지 않은 카드 할부금, 자동차 할부금 등이 있다면 이가 부채에 해당한다. 이중 아파트, 땅, 가구 등의 가격은 얼마로 잡아야 할까? 은행 예금이나 가계 부채 등은 어차피 현금으로 돼 있으니 크게 상관이 없고, 펀드나 주식도 시세에 따라 금방 금방 현금화 할 수 있으니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런데 부동산의 경우 사실 공시지가라는 게 있고, 시장 거래 가격이 있는데 이게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면 내 아파트 값은 공시지가에 맞춰야 하나, 거래 가격에 맞춰야 하나? 흠...

이 문제는 보통 법으로 정하는데 기업체들은 시가평가(mark to market)를 하게 돼 있다. 이는 회사의 장부, 즉 대차대조표에 Market value(시가)에 따라 mark(표시)하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공시 지가나 다른 임의의 가치 결정 척도가 아닌 시장 거래가에 따라 자산과 부채의 가치를 매기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시장이 개입한다.

그러면 2008년에 터진 미국의 서브프라임발 부동산 위기를 통해 케인즈의 발언을 다시 살펴보자. 은행들의 경우, 자산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다양한 형태의) 대출이다. 은행에서 빌린 돈이, 돈을 빌린 사람에게는 부채라면, 은행의 입장에서는 돌려 받을 돈이기 때문에--물건을 미리 넘기고, 미처 받지 않은 대금과 마찬가지로--자산에 해당한다. 그리고 다른 자산들과 마찬가지로 대출도 은행들끼리 사고 파는 게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갑은행이 10사람에게 금리 5%로 20년 만기 1억원짜리 대출을 10번 해줬다고 하자. 이 10명이 이 빚을 모두 꼬박 갚는다면, 이 은행은 20년간 총 10억의 수익을 올리게 될 거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복리가 아닌 5% 단리로 계산하자. 5% x 20년은 100%에 해당하니 1억을 빌려주면 그 이자 수익이 그 100%인 1억. 10명이니 10억.) 그렇지만 10명이 다 돈을 꼬박 갚을 것 같진 않고, 갑은행이 그동안의 경험으로 판단하건데, 6명은 돈을 다 갚겠지만, 4명 정도는 10년만에 배째라고 할 것 같다. 그 경우 실제 수익은 8억원.

그런데 뒤늦게 은행을 차린 을은행이 비슷한 대출 조건을 내걸었는데, 돈을 빌려달라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을은행은 갑은행에게 원금 10억을 포함해서 총 13억을 줄 테니 자신들에게 그 대출을 넘기라고 한다. 을은행 입장에서는 13억원을 주고 (원금 포함) 18억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면 그래도 5억원이 남는 셈. 그런데 갑자기 병은행이 끼어들어서 자기에게 15억원에 넘기라고 한다면 갑은행은 병은행에게 이 대출을 넘기는 게 유리. 이때 갑은행 입장에서 이 거래에 응하느냐 응하지 않느냐는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갑은행이 앞서 말한 유동성 위기를 맞아서 지금 당장 현금이 급하다면, 자신들이 생각하기엔 18억짜리도 15억에 팔아야 할 수도 있다. 또 한가지는 갑은행은 이 대출들로 18억을 벌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은행은 20억을 다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 19억원을 제시한다면 갑은 얼씨나 하고 거래에 응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렇듯 은행들 사이에서 다양한 계산에 따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대출 형태의 자신을 사고 파는 일은 자주 벌어진다.

만약에 많은 은행들이 10억을 빌려주고 20년에 걸쳐 18억씩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은행들이 너도나도 할 것없이 대출을 해줄 거다. 이게 사실 서브프라임의 시작이다. 집값이 꾸준히 상승함에 따라 일반적으로 대출 위험 대상인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평소보다 돈을 꼬박꼬박 잘 갚기 시작한다. 그러자 은행들이 18억짜리라고 예상했던 이 자산 가치가 그 이상일 수 있다고 판단, 이런 대출 자산을 서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모으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되고, 이런 대출 자산의 가치는 그 상한선인 20억에 육박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자산 가치를 시가평가하게 되어 있음에 따라, 이런 서브프라임 대출을 많이 해준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채쪽은 그대로인데 자산쪽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돈을 다 돌려받으려면 2-30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수익임에도 시가평가에 의해 과평가된 거고, 이런 걸 우린 흔히 버블/거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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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a's Wagon of Fools. 1600년대 초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을 비꼰 Hendrik Gerritsz Pot의 작품.


자, 어떤 갑은행이 현금 100억을 포함한 총 1000억의 자산과 980억의 부채를 갖고 사업을 시작 18억짜리라고 예상되는 대출 10개를 해줬다. 그러자 자산이 1080억으로 늘었고, 부채는 980억 그대로. 그런데 18억짜리 대출자산의 가치가 20억으로 오르면서 은행의 자산이 시장에서 1100억으로 평가가 되게 된다. 그런데 집값의 거품이 꺼지면서 대출을 받아간 사람들이 돈을 제때에 못 갚아 나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예상했던 20억을 다 돌려 받을 수가 없다는 걸 알아차림에 따라 이와 비슷한 자산을 갖고 있던 은행들이 전부 위기감을 느끼고 이 대출 자산을 팔아치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를 팔아치우는 은행들이 점점 많이짐에 따라 이 자산 가치가 19억, 18억, 17억으로 점점 떨어진다. 갑은행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총 자산이 1100억에서 1090, 1080, 1070으로 점점 줄어드는 거다.

그런데 은행들이 자신들이 발행한 대출들을 다시 검토해봄에 따라, 어차피 쥐고 있어봐야 원금 회복도 못할 것 같다고 판단, 지금 건질 수 있는 것만이라도 건지자는 판단에, 이 자산들을 10억, 9억에도 팔아 치우기 시작한다. 그러자 갑은행의 총 자산이 이제 990억까지 떨어졌다. 어라? 이 자산의 시장 가치가 8억 밑으로 떨어지는 순간에는 갑은행의 총 자산은 총 부채보다 적어지게 되고, 이는 갑은행이 지불능력이 없어진다(insolvent)는 말이다!

그런데 시장이 처음에는 18억정도로 예상한 자산을 20억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패닉한 바람에, 사실 20년을 끝까지 기다렸으면 12억 정도는 회수할 수 있었음에도, 성급하게 7억에 팔아치우기 시작한 거라면? 이게 케인즈가 말한 "Markets can remain irrational a lot longer than you and I can remain solvent."이다. 시장이 한번 패닉 모드에 들어가면, 이 분위기에 휩쓸려서 쓰러지지 않아도 되는 회사들이 쓰러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서브프라임 위기로 쓰러진 은행이나 펀드들의 대부분은 쓰러질만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터무니 없이 비쌌다는 것 외에는 아직까지도 이들 자산이 실제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 정도는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시가평가(mark to market) 시스템의 문제인데, 이는 사실 자산 가치를 매기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사실과도 맥이 통한다. 나의 집이 나에게 금전적으로 얼마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내 집과 유사한 집이 얼마에 거래가 되는가를 내 집의 가치 척도로 삼는 건 비교적 합리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격이 오를 때는 여기에 거품이 있는지 의심하기보다는 거의 항상 이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가격이 떨어질 때가 되면 갑자기 시장에 문제가 있다라고 호들갑을 떤다는 거다. 실제로는 가격이 떨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오를 때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에 거품의 신호를 찾을 수 있는가를 연구하고 있는 물리학자(네, 오타가 아니고 물리학자 맞습니다)들이 있는데, 관련 논문 첨부. 이미 글이 충분히 길어진 관계로, 이 논문 내용은 다음에 또 시간 내서 잠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논문 : The Financial Bubble Experiment: Advanced Diagnostics and Forecasts of Bubble Terminations Volume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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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일상다반사 2010/04/13 15:30
관리자 글목록을 보니 쓰다만 글들이 넘쳐나는구나. ㅡㅠㅡ 요샌 번번히 글 쓰다보면 맘에 안 들어서 나중에 손 봐야지 하고는 결국엔 내팽겨쳐진다.

암튼 하려는 얘기는 일본에 iPad가 4월말 발매로 알려졌는데, 여전히 언제 풀린다는 얘기가 없다. 부품 공급에 문제가 있단 루머도 있던데, iPad 물량이 좀 딸리는 듯하다.

관련기사: Apple stores still finding it tough to keep iPad in stock

처음 제품 소개할 때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허걱'하더니... 이쯤에서 가격 한번 올려주면 볼만하겠다.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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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iPad, 가격
지난번에 수요곡선과 공급곡선, 그리고 이를 통해서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간혹 뉴스에서 이런 소식을 접합니다, '조류독감이 발생하여 닭값이 떨어졌다' 내지는 '태풍으로 쌀농사를 망쳐서 쌀값이 올랐다.' 그리고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거의 누구나 '조류독감으로 인해 사람들이 닭고기를 기피하니까 닭에 대한 수요가 줄었을 거고, 그래서 닭값이 떨어졌구나', '태풍으로 농사를 망쳤으니 쌀 공급이 (평소에 비해) 부족할 거고, 그래서 쌀값이 올랐구나'라고 직관적으로 이를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걸 수요곡선-공급 곡선을 통해서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요?

이에 대한 답을 하기에 앞서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정부에서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연구결과를 입수하고는 국민들이 담배 소비량을 줄이기를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담배의 수요가 줄어들어야겠지요. 앞서서 우리는 어떤 물품의 가격이 오르면 그 물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기 위해 정부에서 담배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것이 한가지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게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담배 가격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정부가 담배의 해악에 대한 공익광고를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전개해나갑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담배의 가격과는 전혀 관계없이" 건강을 염려해서 담배를 덜 피우기 시작합니다. 이 경우에는 조류독감이 닭값을 떨구는 것과 똑같은 이치로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이유로 담배의 수요가 줄어들고, 그로 인해 담배 가격이 떨어집니다!

정부의 첫번째 정책에서는 가격이 오른 결과로 담배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고, 정부의 두번째 정책에서는 담배의 수요가 줄어든 결과로 담배의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가격 변화와 수요 변화 사이의 시차를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담배 수요가 줄었다는 한 가지 상황에 대해 1) 가격이 올랐다와 2) 가격이 내렸다는 두가지 서로 다른 관측을 하게 됩니다. 결국 수요와 가격 변화의 선후관계를 살피지 않는다면, 수요와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를 그래프를 통해 다시 살펴 봅시다.

자,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으니, 붕어빵 이야기를 해봅시다. 여름철에는 붕어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겨울만 되면 (요새는 좀 덜하지만) 동네마다 붕어빵 노점상이 등장하죠. 여름에야 날도 더운데 따뜻한 붕어빵 따위 생각도 하고 싶지 않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나름 먹음직하죠. 똑같은 가격의 붕어빵을 여름엔 안 사먹다가도 겨울엔 사먹게 됩니다. 붕어빵의 수요가 증가하는 거죠. 이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고 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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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곡선이 우로 이동함에 따라서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만나는 점은 공급 곡선을 따라 우측 상향으로 이동합니다. 이 지점이 위로 올라갔다는 것은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두 곡선이 만나는 점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거죠. 즉,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이에 반응하여 생산자는 공급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새로운 가격 및 수량의 평형점을 이룬다는 겁니다.

자, 그러면 조금 다른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작년 겨울과 올해 겨울 사이에 붕어빵의 수요는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올해 밀가루 농사가 잘 안 돼서 밀가루 값이 올랐다고 해봅시다. 이 경우에 붕어빵 생산 단가가 오르게 되므로, 붕어빵 장사는 붕어빵 공급량을 줄이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앞선 예에서와는 달리 공급 곡선이 움직이게 되는데 이는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할 점은, (앞선 예에서처럼 수요 증가로 인해) 붕어빵의 판매가격이 변하면 공급량이 한가지 공급곡선을 따라 움직이지만, 붕어빵의 생산 가격이 변할 때는 공급 곡선 자체가 달라진다(혹은 이동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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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급 곡선이 왼쪽으로 움직일 경우 수요 곡선과 만나는 점은 좌측 상향으로 이동하죠. 이는 공급의 감소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이 가격 상승에 반응하여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겁니다. 반대로 공급이 증가한다면 가격은 하락하고 수요가 증가하겠죠.

앞선 글에서는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경우, 가격 변동이 수요나 공급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이를 각각 수요 곡선, 공급 곡선을 통해 표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은 그렇게 고정되는 것이 아니고, 가격 이외의 요인들, 예를 들면 계절이나 유행, 혹은 소득 증가나 감소, 생산 비용의 증가나 감소 등이 변함에 따라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 자체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가격이 변한다는 것을 살펴 봤습니다.

다음에는 수요-공급-가격 변화의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효과 및 수요/공급의 탄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Sumner 교수가 말한 identification problem이 수요-공급 곡선과 어떻게 얽히는지 차례로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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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수요-공급에 대한 Scott Sumner 교수의 글을 소개하면서 수요-공급 곡선에 대해 설명할 필요를 느꼈기에 이에 대해 간단히(과연?) 소개해보죠. 일단 수요 곡선 이야기부터...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요 곡선은 일반적으로 아래의 그래프처럼 생겼습니다. 그래프의 수평축이 수요, 수직축이 가격을 나타내는데, 이 그래프를 읽는 방법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에 '어떤 물품의 가격이 내려가면 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올라가면 그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다'가 됩니다. 그래프 상의 두 점 A와 B를 비교해봅시다. A가 B에 비해 가격이 비싸죠? 따라서 사람들이 이 제품을 구매하는 양이 A점인 경우에 B점인 경우보다 더 적습니다. 수요 곡선이 이런 모양일 때, 수요 곡선은 아래로 기울어있다(slopes downward)고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백화점에서 세일할 때 사람이 몰리는 현상을 반영한 그래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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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공급 곡선에 대해 살펴봅시다. 일반적인 공급 곡선은 수요 곡선과 반대로 아래 그래프처럼 생겼고, 수요 곡선은 위쪽으로 기울어있다(slopes upward)고 합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경우 어떤 물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그에 대한 공급은 증가하고, 반대로 가격이 내려가면 그에 대한 공급은 감소합니다. 옥수수값이 오르고 밀가루 가격이 떨어질 경우 밀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옥수수 농사로 바꾸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가격이 오른 상품에 대한 공급을 늘리고, 가격이 떨어진 상품에 대한 공급은 줄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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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위의 두 그래프를 한꺼번에 그려봅시다. 그러면 아래 그래프에서처럼 두 그래프가 교차하는 점이 있죠? 그 점에서의 수량과 가격이 이 제품에 대한 적정한 가격과 생산량-소비량이 되는 겁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건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의 두 그래프가 만나는 지점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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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급) 곡선을 올바로 이해하는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경우에 가격 변화에 따라 소비자(생산자)가 이 가격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나타내는 그래프라는 점입니다.

즉,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다른 경제적 조건이 전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제품에 대한 가격 변화를 경험했을 때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고려한 것이 수요 곡선인 겁니다. 예를 들어 백만명의 사람들의 일주일 우유값에 대한 예산이 평균 삼천원이라면, 우유값이 리터당 이천원이라면 일주일에 1.5리터를 사먹겠지만 우유값이 삼천원으로 오르면 1리터만, 천원으로 떨어지면 3리터를 사서 먹기로 결정하게 되는 것 따위가 그것이지요.

반면에 생산자의 경우에는 왜 가격이 오르면 공급량을 늘릴까요? 앞선 글에서 한계비용에 대해 소개를 했는데, 보통의 경우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생산량을 늘릴 수록 한계비용, 즉 제품 한개의 추가생산단가가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가격과 한계비용이 맞는 지점에서 생산을 멈추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낙농업자가 우유를 생산하는데, 처음 천톤의 생산비용이 10억이라고 해봅시다. 이 낙농업자가 우유를 리터당 천원이나 그 이상에 팔 수 있다면 우유를 생산해도 손해를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천톤을 추가하여 총 이천톤의 우유를 생산하는 비용은 20억이 아니라 22억, 삼천톤의 생산비용은 36억이라면 리터당 천원의 우유값으로는 2천톤을 생산하면 2억을 손해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유 생산을 천톤에서 멈추는 게 좋겠죠. 그렇지만 우유를 리터당 천백원이나 그 이상의 값을 받고 팔 수 있다면 우유를 이천톤까지 생산해도 되겠지만 삼천톤까지 생산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즉,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가격 상승분만큼 한계비용이 상승하는 걸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추가 생산을 하게 되는 것이죠. '생산자는 언제나 물건을 한개라도 더 팔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숨어 있는 중요한 가정 한가지는 판매가가 생산단가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죠.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여기서 핵심은 수요곡선의 경우 소비자는 생산자와 생산행태와 무관하게 자신의 주어진 경제적 조건 하에서 특정 제품을 X원에 살 수 있다면 그 제품을 얼마나 많이 사서 쓸 것인가, 또 공급곡선이란 생산자가 소비자의 소비행태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자신의 생산비용을 감안하여 특정 제품을 X원에 팔 수 있다면, 그 제품을 Y개 생산하면 되겠다는 결정을 반영한 그래프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합니다. 주어진 제품에 대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정해져 있다면, 가격도 한가지로 정해집니다. 그렇다면 '가격이 변함에 따라 소비자나 생산자가 수요와 공급을 변화시킨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가격이 정해졌는데, '가격이 변하면'이라는 조건은 도대체 어떤 쓸모가 있나요? 가격이 변하긴 변하나요? 변한다면 어떻게 왜 변하죠? 바로 이 질문들 속에 일전에 소개한 Scott Sumner 교수의 글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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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격이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지금까지 거의 모든 논의를 가격이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이 되었다는 가정 하에서 진행했는데, 실제로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앞선 글에서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에 대한 개념적 이해와 실생활에서의 경험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간단히 언급은 했는데, 그게 정확히 무슨 말인지 다시 생각해봅시다.

쌀 생산자 갑이 있습니다. 일년에 쌀을 십톤 생산하는데, 자신의 노동력을 제외한 비료, 농기계 등등에 드는 생산비용이 천만원이라고 합시다. 생산한 십톤의 쌀을 팔아서 일년간 먹고 살아야 할테니 갑은 천만원 + 일년간 먹고 살 정도의 가격에 쌀을 팔기를 원하겠지요. 여기서 '일년간 먹고 살 정도'라는 건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겠습니다만 보통은 사회 전반적인 생활 수준 범위 내에서 개인이 원하는 최소한의 생활비가 결정됩니다. 그 최소한의 정도가 일년에 이천만원이라고 하면 이 쌀 생산자가 원하는 쌀 가격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적어도 십톤에 삼천만원은 받기를 바랄 겁니다. 그리고 이 이천만원+알파가 갑의 노동에 대한 가치가 되겠습니다.

논의를 간소화하기 위해 중간상인 없이 갑이 쌀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는 경우를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쌀 소비자는 총 100명이 있습니다. 이중 10명은 100kg에 50만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고, 20명은 45만원, 40명은 40만원, 20명은 35만원, 나머지 10명은 30만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해봅시다.

문제는 쌀의 생산자 갑은 수요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없고, 쌀의 소비자 역시 쌀의 공급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갑은 처음에 그래도 내가 일년간 뼈빠지게 일했는데 오천만원은 벌어야지라는 생각에, 생산비용 천만원을 감안해서 100kg에 60만원의 가격표를 붙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무도 안 사는 겁니다. 60만원의 가격으로는 공급 과잉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쯤에서, 너무 비쌌나?' 싶어서 가격을 50만원으로 낮춥니다. 그러자 10명이 와서 총 1톤어치의 쌀을 사갔지만, 그 이상은 팔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격을 40만원으로 다시 깎습니다. 그러자 60명이 더 와서 총 1톤어치의 쌀을 사갑니다. 여전히 쌀이 남습니다. 쌀값을 35만원으로 더 깎았더니 20명이 더 와서 2톤어치의 쌀을 사갔습니다만 여전히 1톤이 남았습니다. 5만원을 더 깎았더니 10명이 와서 마지막 1톤어치를 사갔습니다. 갑은 자신이 생산한 쌀을 다 팔았고, 쌀 더 없냐고 사러 오는 사람도 없습니다. 쌀 값이 30만원이 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공급과잉이 발생한 거죠.

그런데 이때 쌀의 평형 가격은 얼마일까요? 쌀을 50만원 주고 산 사람도 있고, 쌀을 30만원 주고 산 사람도 있다는 거죠. 갑이 쌀을 팔아 벌어들인 총액이 3900만원이니까 100kg 당 39만원일까요? 아니면 마지막 한톨을 팔아 치울 수 있었던 가격인 30만원일까요?

문제는 공급자나 수요자나 모두 상호간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겁니다. 갑은 쌀 수요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없었기 때문에 수요가 전혀 없는 가격대인 60만원에서 출발해서 쌀값을 조금씩 조금씩 낮추게 된 겁니다. 반면에 쌀을 50만원 주고 산 사람들은 쌀값이 6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떨어지자 '이 가격이면 조금 비싸기는 한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쌀의 공급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안 사면 나중에는 모자라서 못 살지도 몰라'라고 생각해서 50만원을 주고 사게 됩니다. 그런데 나중에 쌀을 30만원을 주고 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후회를 하겠지요.

자 일년이 지나서 갑이 다시 쌀을 내다 팝니다. 전년도의 기억을 떠올려서 5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그랬더니 올해는 어쩐 일인지 아무도 안 삽니다. 그래서 가격을 45만원, 40만원, 35만원 차례로 낮춰 봤는데 여전히 아무도 안 삽니다. 30만원까지 낮췄더니 갑자기 사람이 몰립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100kg씩만 사가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어떤 사람은 쌀을 120kg, 어떤 사람은 110kg, 어떤 사람은 100kg을 달라고 합니다. 쌀의 적정가격이 35만원 이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쌀값이 비쌀 때는 100kg씩만 샀지만, 쌀값이 30만원이 되고보니 쌀을 조금 더 많이 먹어도 되겠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그래서 쌀을 다 팔고 보니 줄의 끝에 있던 20명 정도가, '어, 쌀 더 없어요?'라고 하는 겁니다. 쌀값이 30만원일 때는 공급 부족이 발생한 거죠. 쌀의 평형 가격은 30만원보다는 비싸다는 이야기입니다.

자, 또 일년이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쌀값을 35만원으로 잡아봤습니다. 사람들이 지난해에 쌀이 모자라서 못 사는 사람이 있었단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올해는 30만원까지 값이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쌀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가격대에서 90명의 사람이 와서는 쌀 10톤을 다 사갔고, 더 이상 쌀을 사러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게 바로 쌀의 평형 가격입니다. 쌀 공급자의 공급량과 쌀 수요자의 수요량이 이 가격대에서 딱 맞아떨어진 거죠.

사람들이 쉽게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30만원에 쌀을 사고 싶어하던 사람들은 쌀을 전혀 못 샀으니 공급 부족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건데 30만원에 쌀을 사고 싶어하던 사람들은 쌀값이 30만원일 때는 수요자이지만 쌀값이 그보다 높을 때에는 수요자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내가 무언가를 공짜로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시장의 수요에 반영이 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죠. 경제학적으로 수요-공급은 35만원에서 평형이 맞춰졌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쌀값을 30만원으로 잡은 사람들은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많다는 겁니다. 자동차나, 대형TV, 아이팟 등의 생필품이 아닌 품목이라면 내가 지불할 수 있는 비용보다 비싸서 못 사는 일이 항상 일어나고 있고 이에 대한 거부감이 안 들겠지만, 쌀이나 물처럼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품목에 대해 시장에서 형성된 평형 가격이 '쌀값이 모자라 쌀을 못 사먹는 사람'을 만들어낸다면 문제가 조금 다른 거죠. 다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에는 어떤 게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Q & A의 Q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서 제가 옛날에 오해했거나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들, 주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점들로 골라가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혹시 독자분들이 실제로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질문도 받겠습니다. 물론 제가 답을 해드릴 수 없는 질문들도 많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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