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 김에, 2002년 월드컵 당시에 써뒀던 관전평도 몇개 꺼내본다. 닭살스럽게 '월드컵2002의 감동을 다시 한번' 따위의 감성적인 구호를 외치겠다 그런 건 전혀 아니고, 당시에 공들여 썼던 기억이 나서 괜히 묻어두기 아까워서... ㅡㅠㅡ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 축구는 언제부턴가 삐걱대기 시작하는데, 옆집 일본은 트루시에라는 프랑스 감독을 대려다가는 나름대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직에 역사상 처음으로 거스 히딩크라는 외국인을 앉힌다. 98년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팀을 이끌며 차범근 감독의 한국팀을 5:0으로 뭉개놓은 세계적인 명장. 월드컵을 일년 반 정도 앞둔 시점에서 감독 한명 바꾼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질까 걱정하면서도, 그래도 선진 축구를 아는 사람이니 우리한테 없는 뭔가가 있지 않겠냐는 기대를 갖고 살았던 일년 반이 아닐까 싶다. 감독이 바뀌고도 바로 효과가 없자, 우매한 언론(이라기보다는 스포츠 찌라시)과 여론의 질타가 시작되는 가운데에서도 '맘껏 지껄여라, 그래도 감독은 나고, 축구에 대해선 너네보다 내가 잘 아는 걸', '쥐뿔도 모르는 쉑들이 저렇게 참을성 없게 나불거려대니 될 일도 안 되지'라는 생각(을 했을 거라 내 멋대로 추측해본다. -_-,,)으로 고집스레 자신의 스타일을 밀어부친 히딩크 감독, 첫경기를 앞둔 지금은 어느때보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개최국 16강 탈락의 불명예를 뒤집어 쓸 수는 없다는 각오의 한국팀과 한국민에게, 첫 월드컵 16강 진출의 선물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뭐, 16강 진출을 위해 첫경기를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 유럽 예선에서 승승장구하며 가장 먼저 본선행을 결정지은 팀, 폴란드를 상대로 어떤 경기 내용을 보여줄지, 과연 승리할 수 있을지, 시작전부터 궁금한 게 너무 많은 경기다.
간단히 총평부터 하자면,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상대를 압도한 한국의 2:0 승리. 누구 한명 콕 찝어서 잘 했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선수 전원이 제 역할에 충실하며, 감독의 전술을 충실히 소화해낸 멋진 경기였다. 지금까지 펼쳐진 14경기 가운데 내가 관전한 경기가 12경기, 그 12경기를 펼친 24팀 가운데 독일 다음으로-_-,, 안정적이고 깔끔한, 초반 시작하고 약 5분간 팀이 정비되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면 흠잡을데 없는 경기 운영! 아, 독일, 이탈리아 다음인 것 같다. :)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면 김태영-홍명보-최진철의 스리백을 세우고, 그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김남일과 유상철이 자리를 잡고, 좌우에 이을용, 송종국, 최전방에 황선홍과 설기현, 그 약간 뒤쪽에 박지성을 세운 3-4-3, 또는 3-4-1-2의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응한다. 그리고, 김병지와 이운재 사이에 많은 논란(?)이 일었던 수문장의 역할은 이운재에게로 돌아갔다. 이에 맞서는 폴란드는 4-4-2의 포메이션으로, 역시 올리사데베와 주라브스키가 공격의 선봉에 나섰다. 그 뒤를 카우주니와 스비에르체프스키(-_-,,)를 받치고, 좌우로 코즈민스키, 크지노백이 위치. 바우도후가 이끄는 포백 라인은 바크가 바우도후으 파트너(?)로 중앙수비를 서고, 제프와코프와 하이토가 각각 좌우에 위치해 이을용과 송종국 또는 그외의 윙플레이 저지에 나섰다. 폴란드의 골문은 예상대로 두덱이 지켰다.
폴란드의 킥오프로 경기가 시작되고, 초반 약 5분간은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효과적인 압박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전반 5분을 기점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에 활기를 띈다. 올리사데베와 두덱 말고는 폴란드에 아는 선수가 없어서-_-,, 누구를 주목하면 되려나 한참을 찾아봐도, 한국의 미들에서부터의 압박이 워낙 좋아서, 폴란드 미들의 키플레이어가 누군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키플레이어 한두명에 대한 공간압박과 대인방어를 통한 국지적인 전술의 우위를 통해 상대의 흐름을 끊는 것이 아니라, 미들 전체를 장악하여 계속해서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고, 이렇게 인터셉트한 공을 안정적으로 돌리면서 볼 점유율을 높임과 동시에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 상대 수비 사이에 균열을 내는 모습은 예전 그 어떤 감독하의 대표팀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모습이었다.
미들을 빼앗긴 폴란드로서는 득점을 하자면 어떻게든 올리사데베에게 공을 연결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결국 미들을 생략하는, 롱 패스 위주의 공격을 시도하지만, 이 역시 우리 수비들이 상대 공격수를 상대로 몸싸움과 제공권에 앞서며 공을 차단, 상대의 모든 가능한 공격 옵션을 차단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공격에 있어서도, 초반에는 다들 조금씩 흥분한 까닭에, 인터셉트한 공을 역습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패스의 정교함이 떨어져서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수비에서 압박이 계속 효과적으로 통하자, 자신감을 찾으며 침착하게 공을 다루게 된다. 수비가 튼튼하게 구축됐을 때에서야 공격도 빛을 본다는 사실과 축구는 허리 싸움이란 사실의 지극히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로, 질 수 없는 경기를 시작했다는 느낌이었다. 다만, 두덱이라는 최고의 키퍼를 지닌 폴란드를 상대로 골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득점에 실패하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전반 26분 황선홍의 그림 같은 득점으로 이 또한 기우로 끝났다. 설기현과 송종국의 좌우의 윙플레이와 박지성의 시기적절한 헬프, 황선홍의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움직임에 적잖이 당황한 폴란드 수비수들이 제자리를 못 잡고 흔들리면서 폴란드진영 한가운데에 횡하게 생기는 공간을 놓치지 않고 파고 드는 유상철과 홍명보의 공격가담 등으로, 공격시에도 늘 수적으로 대등하거나 우위를 점하는 대표팀을 보노라니, 히딩크가 네덜란드의 토탈 사커를 한국에 훌륭하게 접목시켰다는 인상을 받았다.
계속해서 공격이 이루어질 때도, 김태영과 최진철은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제자리를 지키며 올리사데베와 주라브스키를 겨냥한 폴란드의 롱패스에 의한 역습에 대비,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해주었다. 초반부터 경기가 수월하게 풀리는데다가, 운동장을 새빨갛게 덮고는 운동장이 무너져내려라고 함성(?)을 질러대는 서포터 '붉은악마'의 응원에 고무된 대표팀은 시간이 갈수록 몸이 가벼워지는 모습이었고, 반대로 이에 압도된 폴란드 선수들의 움직임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 보였다.
전반 26분 터진 황선홍의 선제골은 친구의 표현대로 '겨울은 길었다'라며 긴 겨울에 마침표를 찍는 한방이었다.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공격 루트에 자리를 못잡던 폴란드 수비수들은 패널티 박스 안에서 황선홍을 완전히 놔주는 치명적인 실수로 일격을 당하고, 선제골로 기선 제압을 한 한국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며 꼬리처럼 달고 다니던 의혹을 일거에 제거하면서 페이스를 더욱 우리쪽으로 끌어 온다. 심판이 우리에게 다소 호의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전반에 반칙을 5개만 범하며 '반칙으로 저지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산뜻하게 전반을 마친다.
그러나 1:0 리드는 언제나 불안하게 마련. 한골을 넣는 데에는 '단 한번의 제대로 된 공격'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먼 과거를 들추지 않더라도 전날의 터키 vs 브라질 전에서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대를 압도하더라도 '실수의 가능성'을 0으로 만들 수는 없고, 어이없는 실책 하나로 동점을 허용하지 말란 법은 없는 가운데, 그런 동점골은 경기의 모멘텀을 언제든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추가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후반 53분 유상철이 그림 같은 중거리 슛으로 이런 갈증을 해소해준다. 이 득점 상황에서도 유상철이 가운데에서 공을 잡고 있는데 폴란드 수비수들이 좌우의 우리 선수들을 신경쓰며 결국 유상철에게 길목을 비워주는, 잉글랜드의 전매특허 삽질-_-,,을 보여줬고, 역으로는 우리 공격이 얼마나 다양한 패턴으로 전개됐는지를 잘 보여줬다.
2:0이 된 후에 투입된 안정환, 이천수, 차두리 등도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몇번 맞았지만 두덱의 선방으로 무위에 그치고, 우리 수비는 전반부터 큰 실수없이 올리사데베를 끝까지 골대 근처에서 몰아내며 2:0을 지켜, 한국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첫승리를 낚아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상 처음으로 조선두에 나서기도... ^^V 황선홍의 득점의 감격적인 순간과 함께 손바닥에 입맞춤을 하는 세러머니 장면, 두번째 골이 터졌을 때의 히딩크의 기뻐하는 모습을 통해 히딩크가ㅡ그게 설령 단순히 직업정신에 투철한 것뿐이라 할지라도ㅡ정말 한국팀에 애착이 있구나라는 느낌, 그리고 승리를 확정짓는 호각 소리에 세번이나 눈물을 찔끔하게 만든 이런 감동적인경기를 보게 될줄이야.
경기가 끝난 후 우리끼리 자축하기에 바빠, 상대 선수들과 유니폼 교환하며, 우리 선수들이 전세계인의 잔치로서의 월드컵을 조금 더즐겨주지 못한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한국 vs 폴란드 관전평 보기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 축구는 언제부턴가 삐걱대기 시작하는데, 옆집 일본은 트루시에라는 프랑스 감독을 대려다가는 나름대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직에 역사상 처음으로 거스 히딩크라는 외국인을 앉힌다. 98년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팀을 이끌며 차범근 감독의 한국팀을 5:0으로 뭉개놓은 세계적인 명장. 월드컵을 일년 반 정도 앞둔 시점에서 감독 한명 바꾼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질까 걱정하면서도, 그래도 선진 축구를 아는 사람이니 우리한테 없는 뭔가가 있지 않겠냐는 기대를 갖고 살았던 일년 반이 아닐까 싶다. 감독이 바뀌고도 바로 효과가 없자, 우매한 언론(이라기보다는 스포츠 찌라시)과 여론의 질타가 시작되는 가운데에서도 '맘껏 지껄여라, 그래도 감독은 나고, 축구에 대해선 너네보다 내가 잘 아는 걸', '쥐뿔도 모르는 쉑들이 저렇게 참을성 없게 나불거려대니 될 일도 안 되지'라는 생각(을 했을 거라 내 멋대로 추측해본다. -_-,,)으로 고집스레 자신의 스타일을 밀어부친 히딩크 감독, 첫경기를 앞둔 지금은 어느때보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개최국 16강 탈락의 불명예를 뒤집어 쓸 수는 없다는 각오의 한국팀과 한국민에게, 첫 월드컵 16강 진출의 선물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뭐, 16강 진출을 위해 첫경기를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 유럽 예선에서 승승장구하며 가장 먼저 본선행을 결정지은 팀, 폴란드를 상대로 어떤 경기 내용을 보여줄지, 과연 승리할 수 있을지, 시작전부터 궁금한 게 너무 많은 경기다.
간단히 총평부터 하자면,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상대를 압도한 한국의 2:0 승리. 누구 한명 콕 찝어서 잘 했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선수 전원이 제 역할에 충실하며, 감독의 전술을 충실히 소화해낸 멋진 경기였다. 지금까지 펼쳐진 14경기 가운데 내가 관전한 경기가 12경기, 그 12경기를 펼친 24팀 가운데 독일 다음으로-_-,, 안정적이고 깔끔한, 초반 시작하고 약 5분간 팀이 정비되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면 흠잡을데 없는 경기 운영! 아, 독일, 이탈리아 다음인 것 같다. :)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면 김태영-홍명보-최진철의 스리백을 세우고, 그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김남일과 유상철이 자리를 잡고, 좌우에 이을용, 송종국, 최전방에 황선홍과 설기현, 그 약간 뒤쪽에 박지성을 세운 3-4-3, 또는 3-4-1-2의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응한다. 그리고, 김병지와 이운재 사이에 많은 논란(?)이 일었던 수문장의 역할은 이운재에게로 돌아갔다. 이에 맞서는 폴란드는 4-4-2의 포메이션으로, 역시 올리사데베와 주라브스키가 공격의 선봉에 나섰다. 그 뒤를 카우주니와 스비에르체프스키(-_-,,)를 받치고, 좌우로 코즈민스키, 크지노백이 위치. 바우도후가 이끄는 포백 라인은 바크가 바우도후으 파트너(?)로 중앙수비를 서고, 제프와코프와 하이토가 각각 좌우에 위치해 이을용과 송종국 또는 그외의 윙플레이 저지에 나섰다. 폴란드의 골문은 예상대로 두덱이 지켰다.
폴란드의 킥오프로 경기가 시작되고, 초반 약 5분간은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효과적인 압박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전반 5분을 기점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에 활기를 띈다. 올리사데베와 두덱 말고는 폴란드에 아는 선수가 없어서-_-,, 누구를 주목하면 되려나 한참을 찾아봐도, 한국의 미들에서부터의 압박이 워낙 좋아서, 폴란드 미들의 키플레이어가 누군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키플레이어 한두명에 대한 공간압박과 대인방어를 통한 국지적인 전술의 우위를 통해 상대의 흐름을 끊는 것이 아니라, 미들 전체를 장악하여 계속해서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고, 이렇게 인터셉트한 공을 안정적으로 돌리면서 볼 점유율을 높임과 동시에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 상대 수비 사이에 균열을 내는 모습은 예전 그 어떤 감독하의 대표팀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모습이었다.
미들을 빼앗긴 폴란드로서는 득점을 하자면 어떻게든 올리사데베에게 공을 연결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결국 미들을 생략하는, 롱 패스 위주의 공격을 시도하지만, 이 역시 우리 수비들이 상대 공격수를 상대로 몸싸움과 제공권에 앞서며 공을 차단, 상대의 모든 가능한 공격 옵션을 차단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공격에 있어서도, 초반에는 다들 조금씩 흥분한 까닭에, 인터셉트한 공을 역습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패스의 정교함이 떨어져서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수비에서 압박이 계속 효과적으로 통하자, 자신감을 찾으며 침착하게 공을 다루게 된다. 수비가 튼튼하게 구축됐을 때에서야 공격도 빛을 본다는 사실과 축구는 허리 싸움이란 사실의 지극히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로, 질 수 없는 경기를 시작했다는 느낌이었다. 다만, 두덱이라는 최고의 키퍼를 지닌 폴란드를 상대로 골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득점에 실패하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전반 26분 황선홍의 그림 같은 득점으로 이 또한 기우로 끝났다. 설기현과 송종국의 좌우의 윙플레이와 박지성의 시기적절한 헬프, 황선홍의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움직임에 적잖이 당황한 폴란드 수비수들이 제자리를 못 잡고 흔들리면서 폴란드진영 한가운데에 횡하게 생기는 공간을 놓치지 않고 파고 드는 유상철과 홍명보의 공격가담 등으로, 공격시에도 늘 수적으로 대등하거나 우위를 점하는 대표팀을 보노라니, 히딩크가 네덜란드의 토탈 사커를 한국에 훌륭하게 접목시켰다는 인상을 받았다.
계속해서 공격이 이루어질 때도, 김태영과 최진철은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제자리를 지키며 올리사데베와 주라브스키를 겨냥한 폴란드의 롱패스에 의한 역습에 대비,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해주었다. 초반부터 경기가 수월하게 풀리는데다가, 운동장을 새빨갛게 덮고는 운동장이 무너져내려라고 함성(?)을 질러대는 서포터 '붉은악마'의 응원에 고무된 대표팀은 시간이 갈수록 몸이 가벼워지는 모습이었고, 반대로 이에 압도된 폴란드 선수들의 움직임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 보였다.
전반 26분 터진 황선홍의 선제골은 친구의 표현대로 '겨울은 길었다'라며 긴 겨울에 마침표를 찍는 한방이었다.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공격 루트에 자리를 못잡던 폴란드 수비수들은 패널티 박스 안에서 황선홍을 완전히 놔주는 치명적인 실수로 일격을 당하고, 선제골로 기선 제압을 한 한국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며 꼬리처럼 달고 다니던 의혹을 일거에 제거하면서 페이스를 더욱 우리쪽으로 끌어 온다. 심판이 우리에게 다소 호의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전반에 반칙을 5개만 범하며 '반칙으로 저지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산뜻하게 전반을 마친다.
그러나 1:0 리드는 언제나 불안하게 마련. 한골을 넣는 데에는 '단 한번의 제대로 된 공격'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먼 과거를 들추지 않더라도 전날의 터키 vs 브라질 전에서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대를 압도하더라도 '실수의 가능성'을 0으로 만들 수는 없고, 어이없는 실책 하나로 동점을 허용하지 말란 법은 없는 가운데, 그런 동점골은 경기의 모멘텀을 언제든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추가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후반 53분 유상철이 그림 같은 중거리 슛으로 이런 갈증을 해소해준다. 이 득점 상황에서도 유상철이 가운데에서 공을 잡고 있는데 폴란드 수비수들이 좌우의 우리 선수들을 신경쓰며 결국 유상철에게 길목을 비워주는, 잉글랜드의 전매특허 삽질-_-,,을 보여줬고, 역으로는 우리 공격이 얼마나 다양한 패턴으로 전개됐는지를 잘 보여줬다.
2:0이 된 후에 투입된 안정환, 이천수, 차두리 등도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몇번 맞았지만 두덱의 선방으로 무위에 그치고, 우리 수비는 전반부터 큰 실수없이 올리사데베를 끝까지 골대 근처에서 몰아내며 2:0을 지켜, 한국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첫승리를 낚아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상 처음으로 조선두에 나서기도... ^^V 황선홍의 득점의 감격적인 순간과 함께 손바닥에 입맞춤을 하는 세러머니 장면, 두번째 골이 터졌을 때의 히딩크의 기뻐하는 모습을 통해 히딩크가ㅡ그게 설령 단순히 직업정신에 투철한 것뿐이라 할지라도ㅡ정말 한국팀에 애착이 있구나라는 느낌, 그리고 승리를 확정짓는 호각 소리에 세번이나 눈물을 찔끔하게 만든 이런 감동적인경기를 보게 될줄이야.
경기가 끝난 후 우리끼리 자축하기에 바빠, 상대 선수들과 유니폼 교환하며, 우리 선수들이 전세계인의 잔치로서의 월드컵을 조금 더즐겨주지 못한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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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다시 보는 월드컵 2002: 한국 vs 미국
Tracked from 숭배하라, Captain Gerrard 2006/09/27 11:15 삭제지난 6월 4일, 폴란드를 상대로 온국민적 염원인 월드컵에서의 1승을 거뒀다. 되지도 않는 걸, 홈팀이란 이점을 앞세워 억지로 억지로 올린 1승이 아니라,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하며 비교적 쉬운 듯이(실제로 쉬웠을 리는 없다) 거둔 1승이라 그 다음 미국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무척 커졌다. 실제 전력을 떠나서 축구의 본산지이자, 세계 축구의 주류인 유럽에서 나온 폴란드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축구 변방 미국을 상대하기에 앞서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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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전 얘기로구나.. 누가누가 골을 넣었었는지조차 잘 기억이 안 났는데 황선홍 유상철이었군.;; 이때 우리팀 진짜 멋졌지.
네, 멋졌죠. 우리나라가 축구를 이렇게 예쁘게 했던 적은 정말 월드컵 전후의 반년 정도뿐인 듯.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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