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공황의 전조?
오늘 코스피가 9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믿었던 1400선이 무너졌고, 환율은 50원이나 뛰어 올라 1161원까지 치솟았다. 언론에서는 'Lehman 충격'이라며 세계 경제가 다 파토라도 날 마냥 호들갑이다.
지난 주말 세계 4위의 투자은행 Lehman Brothers가 파산 선언을 했고, 3위의 투자은행 Merrill Lynch는 Bank of America가 인수했다. 열흘전인 9월 7일에는 Fannie와 Freddie가 국유화가 결정됐다. 그리고 그 훨씬 전인 올해 3월에 이미 세계 5위의 투자은행인 Bear Stearns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미국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하며 JP Morgan으로 인수를 유도한 바 있다.
도대체 왜? 지난 몇달 사이에 미국의 금융권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게 정말 지난 몇달 사이의 일일까? 각종 경제 신문 등에서 이 문제를 꽤나 열심히 다루고 있지만, 읽다보면 머리에 쥐나기 십상인지라 이를 나름 쉽게 풀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이 글에서 소개할 내용은 올해 5월달에 This American Life에서 방영된 The Giant Pool of Money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영감을 얻었기도 해서, 이 글의 제목은 그 에피소드의 제목을 그대로 빌렸음을 밝혀둔다.
Mortgage, 내집 마련의 꿈을 현실로
지금 우리가 맞이한 금융위기를 흔히들 subprime mortgage crisis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이를 위해 일단 미국의 mortgage 시스템에 대해 먼저 설명해보자.
자, 부모님이 뼈빠지게 뒷바라지를 한 덕분에 학교라는 곳에서 탈출, 취직을 해서 사회 초년생이 됐다. 이제 부모님 슬하에서 벗어나 내 힘으로 살아갈 때가 되긴 됐는데, 어디 들어가 살 '내집'이란 게 없다. 이제 갓 취직해서 한달 봉급 쪼개 쓰기도 힘든데,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집'이란 걸 장만하자니 엄두가 안 난다. 어쩌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내가 1억 2천만원짜리 집을 사고 싶은데 수중엔 2천만원밖에 없다면? 방법은 두가지다. 갖고 있는 2천만원을 갖고 월세든 전세든 떠돌며 뼈빠지게 일해서 1억을 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1억 2천만원짜리 집을 사던가, 아니면 1억을 누군가에게 빌린 후 이를 뼈빠지게 일해서 갚아 나가던가.
전자의 방법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한가지는 1억이란 돈이 그렇게 쉽게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는 점. 몇십년 알뜰살뜰하게 모아야되는데, 그렇게 돈 모아서 그 집을 샀을 땐 내게 이미 그 집에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을 수 있다. 둘째로, 집값은 거의 언제나 오른다는 점. 몇십년 동안 1억을 모아놓고 보니 집값은 이미 두배, 세배로 뛰어 있다면 orz.
그렇다면 결국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는 얘긴데, 그 큰돈을 어디 가서 빌리면 될까? 이리저리 궁리를 하고 있는데, 옆마을의 갑에게 돈이 많다는 소문이 있네. 그 이야기를 들은 내가 지금 재력가인 갑에게서 1억을 빌린다고 해보자. 엇, 그런데 갑의 집에 갔더니 나 말고도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줄을 나래비로 섰다. 만약에 갑에게 현찰이 100억이 있다면, 1억씩 백명에게 빌려주고 나면 땡이다.
그런데 갑이 돈을 빌려주려고 맘을 먹고 생각해보니 자기가 가진 돈 100억을 톡톡 털어서 남들한테 다 빌려주고는, 빌려준 돈을 다 돌려받기 전에 갑 본인에게 돈이 필요하다면 어찌 해야 하지? 이럴 경우,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이 많다면, 이자를 많이 주겠다는 사람이나 돈을 최대한 빨리 갚겠다는 100명에게 돈을 빌려주는 게 갑에게 현실적으로 유리한 판단이 된다. 즉, 내집 장만처럼 대출에 대한 수요가 큰 경우에, 한정된 통화량을 가진 대출자로부터 대출을 받는 경우에 피대출자의 경제적 부담은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
Fannie와 Freddie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미국식 mortgage system인데, 이 시스템의 근간에는 Fannie Mae(FNMA: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와 Freddie Mac(FHLMC: 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oration)으로 대표되는 정부 스폰서 기업(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 GSE)이 있다. 흔히 mortgage라고들 하는 mortgage loan이란, 쉽게 말하면 담보 대출인데,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내가 갑에게 1억을 빌리러 가서는 갑에게 1억 2천짜리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리려는 건데 2천만원은 있으니, 1억 2천만원짜리 집을 담보로 1억을 빌려달라고 하는 거다. 그러고는 연이율 X%로 30년간 상환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이 약속을 어길 시에 집의 소유권은 물론 갑에게로 넘어간다.
1억원에 대해 연이율 6%로 30년 상환할 경우, 매달 갚아야 할 돈은 원금+이자가 약 60만원으로, 내가 갑에게 30년간 갚아야 할 총액은 60만원x30년x12개월=2억1천6백만원이다. 즉, 갑은 자신이 갖고 있던 1억원에 대해 내가 돈을 꼬박꼬박 잘 갚는다면 30년이란 시간을 이용해 1억 1천 6백만원이란 이득을 발생시키거나, 내가 돈을 다 갚지 못할 경우, 내가 그동안 갚은 이자+1억 2천만원짜리 집+집값상승분-내게 빌려준 1억원 만큼의 이득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내가 돈을 갚든 못 갚든, 갑으로서는 남는 장사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갑이 가진 돈이란 건 한정돼 있다보니 또 문제가 발생한다.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부 돈을 빌릴 수 없다는 게 하나고, 그때문에 앞서 말했듯 갑으로서는 6%나 그 이하 정도의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거다. 이쯤에서 Fannie(혹은 Freddie)가 끼어들어 갑에게 제안을 한다. 1억으로 30년이나 기다려서 1억 1천 6백만원을 벌 게 아니라, 지금 당장 6백만원을 버는 방법이 있다는 거다. 방법은 이렇다.
Fannie가 갑에게 지금 당장 1억 6백만원을 줄 테니, 갑이 갖고 있는 나의 mortgage에 대한 소유권을 Fannie에게 넘기라는 거다. 갑이 여기에 응할 경우에 갑은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줄 돈 1억이 생김과 동시에 6백만원을 앉아서 버는 거다. Fannie의 경우엔 1억 6백만원을 투자해서 30년간 1억1천만원을 벌거나 내가 그동안 갚은 이자+1억2천만원짜리 집+집값상승분-갑에게 준 1억6백만원의 이득을 보게 된다. 바꿔 말하면 내가 30년간 갚아나가는 6%의 이자를 둘이 쪼개 먹는 거다.
이렇게 할 경우, 현금이 급할 일이 없어서 장기간에 걸친 안정적인 자본회수를 통한 이득을 보는 걸 선호하는 Fannie와 Freddie는 30년간 매달 60만원씩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니 좋고, 무지막지한 양의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은 갑의 경우엔 Fannie나 Freddie로부터 단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장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mortgage를 Fannie나 Freddie에게 파는 것이 좋고, 또 이렇게 갑이 다시 확보한 현금은 다른 대출 공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대출자들은 저이율의 대출이 가능해지니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매부 좋고 누이 좋고가 따로 없다...는 것이 바로 아주 간단히 살펴본 미국의 mortgage 제도다.
뭐, 겉보기론 멀쩡해 보이는 시스템이구만, Lehman Brothers는 대체 왜 망하는 건데? 세상이 뜻대로만, 멀쩡히만 굴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여기에 The Giant Pool of Money가 끼어든다. 그리고 여러 사람 인생도 이것 때문에 말렸다. 엇, 근데 잘 시간이네. -_-a
to be continued...
오늘 코스피가 9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믿었던 1400선이 무너졌고, 환율은 50원이나 뛰어 올라 1161원까지 치솟았다. 언론에서는 'Lehman 충격'이라며 세계 경제가 다 파토라도 날 마냥 호들갑이다.
지난 주말 세계 4위의 투자은행 Lehman Brothers가 파산 선언을 했고, 3위의 투자은행 Merrill Lynch는 Bank of America가 인수했다. 열흘전인 9월 7일에는 Fannie와 Freddie가 국유화가 결정됐다. 그리고 그 훨씬 전인 올해 3월에 이미 세계 5위의 투자은행인 Bear Stearns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미국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하며 JP Morgan으로 인수를 유도한 바 있다.
도대체 왜? 지난 몇달 사이에 미국의 금융권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게 정말 지난 몇달 사이의 일일까? 각종 경제 신문 등에서 이 문제를 꽤나 열심히 다루고 있지만, 읽다보면 머리에 쥐나기 십상인지라 이를 나름 쉽게 풀어서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이 글에서 소개할 내용은 올해 5월달에 This American Life에서 방영된 The Giant Pool of Money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영감을 얻었기도 해서, 이 글의 제목은 그 에피소드의 제목을 그대로 빌렸음을 밝혀둔다.
Mortgage, 내집 마련의 꿈을 현실로
지금 우리가 맞이한 금융위기를 흔히들 subprime mortgage crisis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이를 위해 일단 미국의 mortgage 시스템에 대해 먼저 설명해보자.
자, 부모님이 뼈빠지게 뒷바라지를 한 덕분에 학교라는 곳에서 탈출, 취직을 해서 사회 초년생이 됐다. 이제 부모님 슬하에서 벗어나 내 힘으로 살아갈 때가 되긴 됐는데, 어디 들어가 살 '내집'이란 게 없다. 이제 갓 취직해서 한달 봉급 쪼개 쓰기도 힘든데,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집'이란 걸 장만하자니 엄두가 안 난다. 어쩌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내가 1억 2천만원짜리 집을 사고 싶은데 수중엔 2천만원밖에 없다면? 방법은 두가지다. 갖고 있는 2천만원을 갖고 월세든 전세든 떠돌며 뼈빠지게 일해서 1억을 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1억 2천만원짜리 집을 사던가, 아니면 1억을 누군가에게 빌린 후 이를 뼈빠지게 일해서 갚아 나가던가.
전자의 방법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한가지는 1억이란 돈이 그렇게 쉽게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는 점. 몇십년 알뜰살뜰하게 모아야되는데, 그렇게 돈 모아서 그 집을 샀을 땐 내게 이미 그 집에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을 수 있다. 둘째로, 집값은 거의 언제나 오른다는 점. 몇십년 동안 1억을 모아놓고 보니 집값은 이미 두배, 세배로 뛰어 있다면 orz.
그렇다면 결국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는 얘긴데, 그 큰돈을 어디 가서 빌리면 될까? 이리저리 궁리를 하고 있는데, 옆마을의 갑에게 돈이 많다는 소문이 있네. 그 이야기를 들은 내가 지금 재력가인 갑에게서 1억을 빌린다고 해보자. 엇, 그런데 갑의 집에 갔더니 나 말고도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줄을 나래비로 섰다. 만약에 갑에게 현찰이 100억이 있다면, 1억씩 백명에게 빌려주고 나면 땡이다.
그런데 갑이 돈을 빌려주려고 맘을 먹고 생각해보니 자기가 가진 돈 100억을 톡톡 털어서 남들한테 다 빌려주고는, 빌려준 돈을 다 돌려받기 전에 갑 본인에게 돈이 필요하다면 어찌 해야 하지? 이럴 경우,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이 많다면, 이자를 많이 주겠다는 사람이나 돈을 최대한 빨리 갚겠다는 100명에게 돈을 빌려주는 게 갑에게 현실적으로 유리한 판단이 된다. 즉, 내집 장만처럼 대출에 대한 수요가 큰 경우에, 한정된 통화량을 가진 대출자로부터 대출을 받는 경우에 피대출자의 경제적 부담은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
Fannie와 Freddie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미국식 mortgage system인데, 이 시스템의 근간에는 Fannie Mae(FNMA: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와 Freddie Mac(FHLMC: 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oration)으로 대표되는 정부 스폰서 기업(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 GSE)이 있다. 흔히 mortgage라고들 하는 mortgage loan이란, 쉽게 말하면 담보 대출인데,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내가 갑에게 1억을 빌리러 가서는 갑에게 1억 2천짜리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리려는 건데 2천만원은 있으니, 1억 2천만원짜리 집을 담보로 1억을 빌려달라고 하는 거다. 그러고는 연이율 X%로 30년간 상환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이 약속을 어길 시에 집의 소유권은 물론 갑에게로 넘어간다.
1억원에 대해 연이율 6%로 30년 상환할 경우, 매달 갚아야 할 돈은 원금+이자가 약 60만원으로, 내가 갑에게 30년간 갚아야 할 총액은 60만원x30년x12개월=2억1천6백만원이다. 즉, 갑은 자신이 갖고 있던 1억원에 대해 내가 돈을 꼬박꼬박 잘 갚는다면 30년이란 시간을 이용해 1억 1천 6백만원이란 이득을 발생시키거나, 내가 돈을 다 갚지 못할 경우, 내가 그동안 갚은 이자+1억 2천만원짜리 집+집값상승분-내게 빌려준 1억원 만큼의 이득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내가 돈을 갚든 못 갚든, 갑으로서는 남는 장사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갑이 가진 돈이란 건 한정돼 있다보니 또 문제가 발생한다.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부 돈을 빌릴 수 없다는 게 하나고, 그때문에 앞서 말했듯 갑으로서는 6%나 그 이하 정도의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거다. 이쯤에서 Fannie(혹은 Freddie)가 끼어들어 갑에게 제안을 한다. 1억으로 30년이나 기다려서 1억 1천 6백만원을 벌 게 아니라, 지금 당장 6백만원을 버는 방법이 있다는 거다. 방법은 이렇다.
Fannie가 갑에게 지금 당장 1억 6백만원을 줄 테니, 갑이 갖고 있는 나의 mortgage에 대한 소유권을 Fannie에게 넘기라는 거다. 갑이 여기에 응할 경우에 갑은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줄 돈 1억이 생김과 동시에 6백만원을 앉아서 버는 거다. Fannie의 경우엔 1억 6백만원을 투자해서 30년간 1억1천만원을 벌거나 내가 그동안 갚은 이자+1억2천만원짜리 집+집값상승분-갑에게 준 1억6백만원의 이득을 보게 된다. 바꿔 말하면 내가 30년간 갚아나가는 6%의 이자를 둘이 쪼개 먹는 거다.
이렇게 할 경우, 현금이 급할 일이 없어서 장기간에 걸친 안정적인 자본회수를 통한 이득을 보는 걸 선호하는 Fannie와 Freddie는 30년간 매달 60만원씩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니 좋고, 무지막지한 양의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은 갑의 경우엔 Fannie나 Freddie로부터 단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장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mortgage를 Fannie나 Freddie에게 파는 것이 좋고, 또 이렇게 갑이 다시 확보한 현금은 다른 대출 공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대출자들은 저이율의 대출이 가능해지니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매부 좋고 누이 좋고가 따로 없다...는 것이 바로 아주 간단히 살펴본 미국의 mortgage 제도다.
뭐, 겉보기론 멀쩡해 보이는 시스템이구만, Lehman Brothers는 대체 왜 망하는 건데? 세상이 뜻대로만, 멀쩡히만 굴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여기에 The Giant Pool of Money가 끼어든다. 그리고 여러 사람 인생도 이것 때문에 말렸다. 엇, 근데 잘 시간이네. -_-a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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